생명체와 마찬가지로 기업도 태어나고 자라며 죽는 과정을 밟는다. 나이가 들면서 완성되는 인간의 몸처럼 기업도 성장할수록 자본과 인원이 증가해 복잡한 조직으로 변한다. 어른이 되면 건강검진을 자주 받아야 하듯 기업도 커갈수록 자체 건강을 진단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단명(短命)에 그친다. 아래 데이터는 기업들의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럽과 일본의 세계적 기업 평균수명은 단 13년(유럽 스트라틱 컨설팅 조사),2천개 미국 IT 대기업은 그도 안되는 10년.30년간 생존율을 알아본 결과 한국은 1백대 기업 기준 16%, 미국·일본도 상황은 오십보백보로 각각 21%,22%에 불과.활동기간 10년도 안되는 닷컴기업은 그야말로 부지기수.' 이 책 '100년 기업의 조건'(케빈 케네디·메리 무어 지음,이진원 옮김,한스미디어)은 기업이 자주 걸리는 8가지 병을 공개하고 그 위기들을 극복할 수 있는 처방을 밝힌 '장수 지침서'다. 저자들은 실리콘밸리 안팎의 하이테크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경험을 토대로 '성공에 안주하는 것,어설픈 제품교체,전략의 오류'를 기업의 자살행위로 보며 마치 고장난 나침반을 들고 정글로 뛰어드는 격이라고 경고한다. 또 수십 건의 인수 합병 현장에서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을 똑똑히 목격한 결과 '조직 전체의 흐름에 어긋나는 서로 삐거덕거리는 목표,닫힌 귀로 변화를 거부하는 고인 웅덩이 같은 사내문화'가 회사를 병들게 한다고 진단한다. 회사보다 개인의 성공을 우선시하는 CEO,의사소통과 조직관리가 안되는 지배시스템,경영진에 종속되거나 이름만 내건 이사회도 기업의 숨통을 조이는 주범들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발생은 기업경영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며 누적됨으로써 사망신고를 받게 되는 것인 만큼 불씨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준비하고 싸우라고 저자들은 격려한다. 한국에서는 한 곳 밖에 없다는 '100년 기업'.CEO든 벤처 투자가든 경영학도든 꿈꾸어 볼 만한 목표 아닌가. 3백70쪽,1만8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