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민생·경제 법안처리와 개혁입법을 둘러싸고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마찰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대 여당으로 탈바꿈한 열린우리당은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각종 총선공약의 입법화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당·정'의 불협화음 조짐은 부동산 대책에서 먼저 나왔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정책위의장은 최근 "오는 7월부터 공공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열린우리당은 공공개발택지에 민간업체가 짓는 아파트 분양원가도 공개하도록 입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건설교통부와 정책협의를 갖고 당의 입장을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 여당의 '압박'에 건설교통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일단 주택공급제도검토위가 오는 6월 말까지 공공아파트 분양원가공개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건설교통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단기적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정부로서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 '7월공개론'이 제기됐을 때 건교부 실무진에선 "해명자료라도 만들어야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추경예산 등 재정정책과 관련해서도 당정간 의견이 맞서 있다. 김진표 당선자 등 열린우리당의 경제전문가들은 "침체된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17대 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일자리 창출 부문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추경여부를 판단하기에 이르며 1·4분기 국내총생산(GDP)추계와 2·4분기 고용·투자 등 추계가 나온 뒤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기간행물법 개정 등 여당이 추진하는 개혁입법도 정부로서는 고민거리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에서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편집권 보호장치 마련,경영투명성 제고 등 언론개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측은 "개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의견조율이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총선공약으로 내걸었던 6급 이하 공무원의 정년연장(57세→60세)에 대해서도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난감해하고 있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퇴직관리 체계 등 인사개혁 로드맵의 큰 틀안에서 논의해야지 단순히 정년연장만 추진할 수 없다"며 "경기침체 상황에서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도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부 관계자는 "집권여당의 '의욕'은 이해하지만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