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무역위원회(USTR)와 같은 기능을 하는 통상교섭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그동안 물밑 작업을 해온 정부조직 개편의 밑그림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야당과의 원만한 관계유지를 위해 정무장관직을 부활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시대변화에 맞춰 정부 조직도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정부개편 논의는 주로 조직을 새로 만들고 몸집을 불리는 방향이다. '작은 정부'보다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비효율적인 부문을 떼어냈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다. 현재 정부 조직은 18부 4처 16청으로 김대중 정부 임기말과 같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몸집이 적잖이 불어났다. 차관급인 법제처 국가보훈처가 장관급으로,1급이던 문화재청이 차관급으로 격상됐고 곧 차관급인 소방방재청도 출범한다. 동북아발전위 지방혁신분권위 등 장관급이 위원장인 위원회도 수두룩하다. 정부 조직이 커지면 각종 업무가 중복되고,이는 결국 규제만 양산시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까 걱정스럽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장관급 기구가 13~15개로 우리의 21개보다 훨씬 적다. "일본 소니가 상대하는 정부 부처는 경제산업성 한곳인 반면 우리 기업들은 재경부 산자부 정통부 환경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제 우리도 시장중심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한다. 현재 논의중인 산자부 정통부 과기부 등 산업관련부서와 보건복지부 노동부 여성부 등 사회분야 부처도 수요자의 입장에서 과감한 통폐합을 포함한 기능 재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감독기구의 비효율적인 업무 중복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 스스로 살을 도려낸다는 각오로 개혁을 하지 않고는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