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의 올 1·4분기 중 당기순이익이 작년 1분기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특수은행과 지방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체의 1분기 당기 순이익은 작년 한햇동안의 순이익 규모와 맞먹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 한해 은행권 전체 순이익 규모는 7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3개월 만에 작년 한해만큼 벌었다=국민은행은 지난 1분기에 1천6백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4백11억원)에 비해 3백11% 늘어난 수치다. 하나은행도 지난 1분기에 2천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6백38억원) 대비 2백16% 증가한 것으로 은행 창립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하나은행측은 특히 신용카드 부문의 손실이 반영되지 않은 우리은행(2천6백38억원)을 제외하면 은행권 최고의 순이익 규모라고 강조했다. 한미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천1백84억원을 기록,작년 같은 기간(2백22억원)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들 4개 은행을 포함,8개 시중은행의 1분기 총 순이익은 1조2천53억원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2백45% 늘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또 금융감독당국의 가집계에 따르면 특수은행과 지방은행까지 포함한 국내 19개 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7천억원대에 달했다. 이는 작년 전체이익 1조8천억원의 9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은행들이 올들어 석달 만에 작년 한해에 버금가는 당기순이익을 거둬들인 셈이다. ◆특별이익 급증이 주요인=1분기 중 이처럼 순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러시아 경협차관에 대한 연체이자,하이닉스 상각채권 매각익,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특별이익이 급증한 것이 첫번째 이유로 꼽힌다. 은행들은 올 1분기에 러시아 경협차관에 대한 1천8백35억원의 연체이자를 받아냈다. 미래에셋의 한정태 연구원은 "하이닉스 상각채권 매각과 유가증권 매매 등 은행들이 벌어들인 특별이익도 4천억∼5천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충당금 적립액이 줄어든 것도 은행 순이익이 늘어난 이유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들의 신용카드 충당금 적립액은 작년 동기에 비해 6천9백83억원 감소했다. ◆사상 최대이익 가능할까=금융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추세라면 19개 은행들은 올해 총 7조원대의 순이익을 낼 것"이라며 "이는 역대 최고 순이익(5조2천억원,2001년)을 뛰어넘는 규모"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기대가 실현되려면 최근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중소기업 부실'이 해결돼야 한다. 한정태 연구원은 "카드악재는 어느 정도 해결돼 대다수 은행들이 올해 안에 카드 관련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경기침체가 심화될 경우 중소기업 연체율이 올라가고 이는 은행실적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리인상도 은행들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금리 인상은 단기적으로 은행 이익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