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 현대車와 결별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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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경영난에 빠진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임러의 이 같은 결정으로 미쓰비시차는 회생불능의 위기에 빠지게 됐다.
또 다임러-미쓰비시-현대차 제휴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현대자동차와의 제휴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다임러는 이와는 별도로 금명간 제휴 관계에 대한 중대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양사가 결별을 선언할 경우 현대차의 향후 전략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2일(현지 시간) 긴급 경영위원회와 감독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미쓰비시가 마련한 자본 확충안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임러는 당초 미쓰비시차의 회생을 위해 미쓰비시그룹 및 기관투자가들과 공동으로 7천5백억엔(다임러 지원은 4천5백억엔)을 부담키로 했었다.
◆비상 걸린 다임러
다임러가 미쓰비시에 추가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미쓰비시의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차는 지난해(3월 결산) 약 7백2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다임러는 1998년 인수한 크라이슬러의 사업에서도 5억유로의 손실을 봤다.
다임러는 또 계열사가 독일 고속도로 인프라 개발용역 계약을 이행하지 않아 1천억유로를 벌금용 예비비로 쌓아야 하는 처지다.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차 인수를 주도했던 유르겐 슈렘프 회장도 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차-다임러 결별하나
문제는 다임러의 이런 사정이 현대차와의 제휴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현지 외신들의 보도는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델스블라트 등 독일 언론들은 다임러 경영진들이 22일 열린 감독위원회에서 지지부진한 현대차와의 합작·제휴와 결별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여기에는 다임러가 보유 중인 현대차 지분(10.44%)까지 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것.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도 "양사간 제휴가 심각한 위기국면을 맞고 있으며 조만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대차 독자 행보하나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다임러와 결별해도 당장은 독자 행보를 밟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임러에 기술을 의존하고 있지 않은 데다 세계 시장에서 위상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다임러가 현대차 지분을 매각할 경우 현대차는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고민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차-다임러 제휴 관계가 끊어진다면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차세대 기술 개발의 리스크를 혼자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임러와 사안별 제휴를 유지하거나 다른 메이저들과 별도의 제휴를 맺는 방법은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종연횡을 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우호적 제휴선을 잡는 데는 어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정훈·이익원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