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용천역 열차 폭발 참사] 베이징 오광진 특파원 中단둥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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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역 반경 5백m 내 폐허,1km 내 대파.'
중국 국경도시 단둥에서 23일 만난 북한 용천역 폭발 현장 목격자들은 전날의 사고 현장을 한 마디로 '아비규환'으로 표현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가 없어 정확한 사고 현황과 피해 규모 등이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압록강 철교를 통해 신의주에서 단둥으로 건너온 북한 주민들이 전하는 현장 모습은 지옥 바로 그것이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후에 폭발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암살설'도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국 방문 구상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옥으로 변한 사고 현장
북한 신의주 인근 용천역에서 22일 오후 1시쯤에 발생한 폭발사고로 역을 중심으로 반경 5백m 이내 건물은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NTV는 이번 폭발의 영향권이 4km에 달하며 15km 이상 떨어진 중국 국경에까지 재가 날아왔다고 전했다.
특히 용천역 동쪽에는 민간인 거주지와 각종 기관 건물들이 밀집해 있어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측 소식통들은 용천 부근에는 공장 건설을 하는 군인들이 많아 이들이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사망자가 2천∼3천명에 이르고 부상자가 7천∼8천명에 달한다는 소문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폭발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사상자 중에는 학생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부상자 구출 및 복구작업을 위해 신의주 등 주변 도시의 군인과 주민에게 총동원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모든 차량도 징발된 상태다.
북한은 또 중국측에 지원을 요청,22일 저녁부터 의약품을 실은 여러 대의 차량이 신의주 쪽으로 넘어가는 게 목격됐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의료체계가 미비해 사망자가 급속히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사고원인 다이너마이트 폭발추정
사고 원인은 당초 열차 충돌로 알려졌으나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북한 외무성이 용천역 사고가 화약 폭발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엔도 북한 외무성의 발표를 인용,다이너마이트를 적재한 화차 두량을 분리해 다른 열차에 연결하던 중 전선을 건드리면서 스파크로 인해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간 뒤 용천역 폭발사고가 발생,단둥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암살설'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이 폭발사고가 발생한 시간인 22일 오후 1시에 용천역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 학생 7백여명이 환영을 나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퍼지고 있다.
◆북한 경제에 치명타 가능성
22일 발생한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는 북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용천군은 철도·차량·해상 운송로를 다 갖춘 서북지역 교통 요지이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원유의 주요 수송로로 북한 경제에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에서의 원유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에너지난이 심화할 전망이다.
북한의 석유 공급은 지난 89년 이후 절반가량 줄어들었고 전력도 30%가량 감소한 상태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원유는 용천 인근 피현군 백마리 봉화화학 공장에서 정제되고 있다.
북한의 에너지 구조는 석탄 70%,전력 16%,유류 10%,기타 4%로 석탄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석탄 생산이 80년대 중반부터 장비 노후화 등으로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북한은 고질적인 에너지난을 겪어왔다.
석유가 북한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지만 그나마 조달되던 원유 공급마저 차질을 빚을 경우 에너지난이 심화될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에너지 부족 문제뿐 아니라 평양∼신의주 간 철도가 제 기능을 못할 경우 북한 대외무역의 핵심인 북한과 중국 간 교역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 규모는 전체의 33%가량을 차지했다. 공식 집계는 없으나 KOTRA는 신의주와 단둥을 거치는 양국간 교역 물량이 전체 북·중 교역량의 50%를 웃돈다고 추산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 차량과 각종 자원이 동원될 경우 북한 경제 전체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다.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