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23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한 위해(危害) 가능성을 또 언급했다. 지난해 10월 "아라파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 이후 가장 강력하고 구체적인위협이다. 샤론 총리는 이날 밤 공영 채널-2 TV 방송과 한 회견에서 아라파트 수반을 해치지 않기로 미국과 한 약속을 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샤론 총리는 지난주 워싱턴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났을 때 그 약속을 더 지킬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샤론 총리는 "나는 3년전 부시 대통령에게 아라파트 수반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러나 지금 나는 더 그 약속에 얽매여 있지 않으며 아라파트 수반은 더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의 발언에 팔레스타인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아라파트 수반의 고위 측근인 나빌 아부 루데이나는 샤론 총리의 "위험한 발언은 이 지역 전체를 어마어마한 위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이 발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고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이브 에라카트 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수석대표도 샤론 총리가 "아라파트 수반에 물리적 공격을 가하기로 결심했다"며 "이는 폭력과 유혈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화들짝 놀란 미국 국무부도 아라파트 암살에 반대한다는 종래 입장을 재확인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샤론 총리의 발언을 잘 알지 못해 직접 논평할수 없다면서 그러나 이스라엘이 아라파트를 살해하거나 추방해선 안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샤론 총리가 아라파트 수반을 해치겠다고 위협한 것은 그 동안 수차례에 이른다. 불과 3주전에도 그는 진보성향 일간지 하아레츠에 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샤론 총리는 아라파트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 지도자 하산 나슬랄라도 표적살해 명단에 올라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 가운데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유대인을 살해하거나 해친 사람은 누구든 살해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22일 하마스 지도자 셰이크 아흐마드 야신을 표적암살한 뒤에도 비슷한 위협 발언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7일 야신의 후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마저 표적살해하자 "다음은 아라파트"라는 현실적 우려가 고조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스라엘의 공격이임박했다는 판단에 따라 자치정부 청사에 은신해온 파타운동 무장대원 20명을 몰아내는 매정함을 보여줬다. 하아레츠는 샤론 총리가 최근 언론 회견에서 밝힌 경고성 발언은 다음달 2일 실시되는 리쿠드 당원투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자지구 정착촌 철수 등 일방적 팔레스타인 분리정책에 대한 당원들의 찬반을 묻는 투표 결과는 샤론 총리의정치생명과 직결돼 있다.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야신과 란티시를 암살하고, 마지막으로 아라파트까지 살해하겠다고 위협해 당원들의 지지를 압박하려는 전술이라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