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술시장 아직 '실험단계'..제1회 중국국제화랑박람회 한국인의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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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국제과학기술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는 제1회 중국국제화랑박람회(20~26일)는 '한국인의 잔치'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한국 미술관계자들이 전시장을 찾고 있다.
개막한 뒤 3일동안 이 곳을 방문한 한국 미술관계자만도 2백명이 넘는다.
부스를 차지한 70여개 화랑 중 한국 화랑은 갤러리현대 선화랑 금산갤러리 표화랑 박영덕화랑 아트사이드 동산방화랑 등 21개에 달한다.
40여개 외국화랑 중 한국 화랑이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전시장 2층에서는 박서보 김창열 윤형근 하종현 서세옥 정창섭 등 원로작가 여섯명의 작품을 모은 한국미술특별전이 함께 열리고 있다.
그러나 판매는 '기대 이하'라는 게 공통적인 전언이다.
팡리쥔 예민준 장시아캉 유페이밍 등 국제적으로 알려진 중국 현대미술 작가들이 대부분 작품을 출품했지만 판매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국 화랑들도 작품을 한두 점씩 팔면 다행일 정도로 판매가 극히 부진하다.
전시장을 찾는 중국 관람객 수도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미술평론가 최병식씨(경희대 교수)는 "중국 미술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나지만 중국 현대미술의 현주소는 실험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중국 미술시장 활성화의 가장 큰 장애는 세금 문제다.
외국 작품이 전시장에서 판매될 경우 무려 33.1%를 관세로 물어야 한다.
세금을 작품 판매가격에 반영하다 보니 판매가격이 올라가 컬렉터들이 작품 구입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세금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세금 감면이 시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한국 화랑들의 중국 진출은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참여 화랑들의 의견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국 화랑 중에는 중국 미술시장에 대한 치밀한 분석도 없이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식'으로 무작정 신청한 곳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랑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현대미술품을 구입할 정도로 여건이 조성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며 "국내 미술시장의 장기 침체를 극복하려는 돌파구로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에는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