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hsong@krri.re.kr 우리나라 한 기업이 휴대폰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를 팔아 지난 1분기에 매일 4백33억원의 이익을 남기는 실적을 기록했다. 실로 엄청난 이익규모다. 2분기에는 더 많은 이익이 기대된다고 한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꾸준한 연구개발의 산물이란 점이다. 예전에 연구개발은 회사에 이익이 나면 수행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부문보다 예산을 먼저 삭감하고 연구인력을 줄이는 것이 상례였다. IMF 때 대덕연구단지 연구소들이 문을 닫거나 사람을 줄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외국의 많은 기업들은 불황기에 오히려 연구개발 투자비중을 늘려 어려움을 극복하는 전략을 펴왔다. 미국 크라이슬러의 아이아코카 회장이 20여 년 전 정부에 지급보증을 요구한 적이 있다. 국회 승인 과정에서 회사가 부도 일보직전임에도 연구개발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우니 지급보증과 연구개발비 삭감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그러나 아이아코카 회장은 압력에 대해 지급보증을 철회하고 회사가 문을 닫는다 해도 연구개발만큼은 중지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과적으로 연구개발비에 대한 조건없이 20년 상환을 조건으로 12억달러의 지급보증을 받아냈다. 아이아코카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미니밴을 개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회사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 정부의 지급보증 12억달러도 7년 만에 조기상환했다. 나는 지금도 아이아코카 회장의 득의만만한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연구개발은 더 이상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것이 아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다. 정부도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란 기치를 내걸고 어렵지만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국민소득이 10년째 1만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 국민소득을 2만달러로 끌어올려 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중남미 국가들처럼 몰락의 길로 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연구개발에 의한 과학기술 역량의 일류화밖에 없다. 과학기술인들도 연구개발이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국가사회의 발전을 위한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