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보면 내년까지 세계경제가 비교적 괜찮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 중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세계경제 성장률이 4.6%에 이른 뒤 내년에는 다소 둔화돼 4.4%에 머물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내년 예상치도 세계경제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국내 경제성장 예상치도 속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낙관적 분위기를 애써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세계경제를 읽는 데 있어서 몇 가지 유념해야 할 대목이 있다. 무엇보다 세계경제가 내년 상반기를 정점으로 하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 나라의 정책운용과 기업경영,그리고 투자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는 경제성장률 수준보다 경기가 언제 정점을 지나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및 무역)를 비롯한 국제수지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도 앞으로 국제통상환경과 외환시장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이 쌍둥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통상압력의 파고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크다. 또 국제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부분의 통화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의 고정환율제 포기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 방문 이후 중국이 복수통화바스켓제도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풀이된다. 최근 들어 갑자기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는 자산 거품을 방지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책금리가 인상 국면에 들어서는 점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미국 금리의 경우 갑작스런 금리인상은 자산 거품 붕괴와 함께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오는 5월보다는 하반기 이후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 회의에서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 시기를 놓치면 11월 대선을 감안할 때 내년으로 넘어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다. 예측기관별로 일본경제 전망이 엇갈리는 것도 앞으로 환율움직임과 우리 경제에 많은 변화가능성을 예고한다.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지난해 이후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의 약 66%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점을 들어 일본경제를 낙관하고 있다. 반면 IMF는 일본 경제가 올해 3.4%에서 내년에는 1.9%로 비교적 큰 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해 대조적이다. 일본처럼 단기간에 압축성장한 국가의 경우 실물경제의 선도 기능을 하는 금융 부문의 부실채권이 정리되지 않고서는 지속적인 경기회복이 어렵다는 것이 IMF의 평가다. 이 경우 일부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백엔 밑으로 떨어져 '제2의 슈퍼 엔고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점치고 있으나,이 시각은 사실상 실현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마지막으로 테러와 전쟁,급성호흡기증후군(SARS),돼지콜레라와 같은 경제외적인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백업시스템 확보 여부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우리 정책당국자와 기업경영인,투자자들은 세계경제를 읽는 데 있어서 지금 형성되고 있는 낙관적인 분위기보다는 이런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