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용천사고, 北 경제개방 계기돼야 .. 洪淳直 <현대경제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洪淳直 <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분석팀장 >
지난주는 북한에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안겨준 격동의 한 주였다.
전반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으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 기대로 한껏 부풀었으나,후반기부터는 용천역 열차폭발 사고로 최악의 시련을 맞고 있다.
용천군 재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사망자 1백54명과 부상자 1천3백여명을 포함해 일대의 학교와 병원,수천채의 주택이 거의 파손되었다고 한다.
그나마 이도 사고 발생 이틀 만에 확인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이 지역이 인구 밀집 지역이고 북한의 비상 재난 시스템이 미비한 점을 고려하면 그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이 지역은 지금 말 그대로 아비규환의 생지옥이다.
잘 살아 보려고 몸부림 치는 북녘 동포들에게 어떻게 이러한 일이 생겼는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고가 난 평안북도 용천은 중국으로부터 식량과 연료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공업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산업 인프라 파괴로 북한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힘든 경제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우선 철로 파괴로 인해 주요 수입품의 보급 경로가 유실되었을 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지방 산업시설이 용천역과 얼마 안 떨어져 있어 생산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베이징∼평양간 열차는 남신의주역에서 용천역에 인접한 피현군 백마지구로 운행할 수 있다고는 하나 피해 복구와 열악한 도로 수송에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 회생의 결집력이 분산되고 여타 지역으로의 도미노 간접 피해도 우려된다.
다음으로는 북한의 경제난과 경제 회생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 공급 차질이다.
북한은 전력과 석탄을 인민경제와 경제 강성대국 건설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에너지난에 따른 공장 가동률 저하는 원·부자재 공급과 생산 차질로 외화난을 가중시켜 원유 수입을 더욱 줄임으로써 발전 가동률을 떨어뜨리는 '빈곤의 악순환' 고리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더욱이 에너지난은 핵 문제로 인한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와 미국의 중유 공급 중단으로 가중되고 있다.
비상 식량과 의약품은 물론 암흑의 폐허지역 복구를 위한 발전설비와 포클레인 등의 건설장비 지원이 절대 시급하다.
다행히 원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들여와 1차 가공하는 피현군의 봉화화학공장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경제 회생의 자신감에 대한 심리적인 위축과 당국의 통제 강화로 개혁·개방 속도가 늦춰지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북한은 2002년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사실상의 배급제 폐지와 종합시장 개설,북·중 접경지대와 특구 개방 확대 등 사회주의 시장경제로의 변화를 시도해 왔다.
긍정적 성과도 있었지만 인플레와 도시 빈민의 등장,식량난 등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동요 방지와 기강 확립 차원에서 주민 통제가 강화될 수도 있으며,재해 복구를 위한 재정 지출 확대와 산업 생산 및 수입 차질에 따른 물가 상승 등으로 개혁·개방 조치의 일시적 후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폭발 사고가 무조건 부정적인 요인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확산되면서 이들의 대북 인식과 북한의 태도가 순화될 수도 있다.
미국의 대규모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교착 상태에 있는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해결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 성과와 개성공단 개발 가시화라는 최근의 청신호와 함께 이번 사고가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인프라 및 산업설비 현대화를 앞당기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의 자세로 민족적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