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이 내달말 17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종 입법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은 "경제.민생관련 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원칙에만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을뿐 법안에 담길 내용이 천양지차(天壤之差)여서 17대 국회 초반부터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노동관련법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경제·민생법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기금관리기본법' 등이 쟁점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처리가 시도됐으나 여야간 이견으로 무산된 법안들이다. 열린우리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난 2월에 시한이 만료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을 부활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무분별한 계좌추적은 기업의 정상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기금관리법은 각종 연·기금의 주식투자 허용여부가 논란이다. 열린우리당은 국내자본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현재도 투자제한이 많이 풀려 있고 가뜩이나 부실한 상황인데,손실이 생길 경우 시장에 주는 충격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파산법과 개인채무자회생법을 개정하고 신용불량자 해소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신용카드 채무 탕감을 위한 공적자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도덕적인 해이나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부터 국민연금 수령액을 낮추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총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 일정기준 이상인 사람에게 부유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세부담이 크다"며 반대,벌써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동 관련 법안=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제정에 대해 제각각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노동3권 중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대신 법령·예산 관련 단체 협약의 효력을 제한하고 쟁의행위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무원 노조'는 시기 상조라는 입장이고,민주노동당은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주노동당은 근로기준법을 바꿔 주5일근무제의 전면 실시 의무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대규모 신규 취업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당장 전면 실시는 어렵다"며 반대했다. 한나라당은 일자리 나누기보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자동 전환토록 법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의 차별을 없애는 데는 동의하나,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규직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시행하기 힘들며 기업들이 오히려 비정규직 취업을 꺼릴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다. 홍영식·박해영·양준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