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맞서는 세력, 사상들이 서로 교차해온 기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유럽의 근대 정치사는 왕당파와 공화파 간 부단한 투쟁으로 점철됐다. 영국의 입헌군주제 성립 과정이나, 프랑스의 '혁명→나폴레옹→파리코뮌' 60여년 역사는 이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장대한 중국 역사도 한족(漢族)의 기록만으론 못 채운다. 장강(長江)의 뒷물살이 앞물살을 밀어내듯 한족과 북방민족 간 중원의 패권(覇權) 쟁탈기였다. 예술사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리얼리즘(사실주의)과 대상의 특징을 기호로 형상화하는 노미널리즘(명목주의)이 교대로 명멸하면서 인류의 예술자산은 풍성해졌다. 그래서 쿠르베의 사진같은 정교함과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묘사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이같은 뒤집기의 역사를 보면 역설적으로 역사의 정답은 없는가 보다. "내가 정답"이라고 우기는 데서 독선ㆍ집착ㆍ아집이 나오는게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총선 뒤 이념 논쟁 양상이 못마땅하다. 각 당이 한결같이 개혁과 민생을 외치지만 실상은 '성장이냐 분배냐', '좌냐 우냐' 같은 해묵은 논쟁의 재판이다. 여기에 '법대로냐 여론대로냐'까지 더해져 법의 날(25일)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4월도 벌써 마지막 주다. 지난 주말은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로 영 씁쓸했다. 폐허와 같은 사진 속에 동족의 고통이 황사바람처럼 스며든다. 헌법재판소는 마지막 변론(27일)을 남겨놓았고 청와대에선 대통령 업무 복귀를 서서히 준비 중이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정거래위원회(26일)와 기획예산처(28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탄핵정국으로 김 빠진 부처 보고보다는 기업애로 해소 관계장관회의(28일)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련 관계장관회의(5월1일)가 더 눈길을 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홍콩 찍고, 런던 찍고, 뉴욕을 돌아오는 한국 경제설명회(IR)의 강행군을 거듭한다. 총선 이후 정책 수정 가능성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해소될지 두고봐야겠다. 26일에는 내년 아ㆍ태경제협력체(APEC) 총회의 국내 개최도시가 확정된다. 서울 부산 제주의 각축이 뜨겁다. 28일에는 국세청이 아파트 기준시가를 새로 고시하고 광주에선 지하철이 개통돼 지역민들의 관심이 뜨거울 것 같다. 월말이어서 경제지표 발표도 줄을 잇는다. 3월 국제수지(28일)와 산업활동동향(29일), 4월 수출입동향(5월2일) 등에서 경기회복의 신호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5월1일이면 서울시청 앞 녹색광장이 선보인다. 먼 산 녹음 만큼이나 푸르름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됐다. 경제와 민생도 이렇게 푸르게 되살아나길 기대해본다. <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