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깊은 도시라면 이름난 축제(페스티벌)가 하나쯤은 있다. 축제는 곧 그 지역의 문화 자존심을 한껏 높이고 문화를 전달하는 통로여서 각 도시가 여기에 쏟는 관심은 대단하다. 또한 축제는 맘껏 즐기고 놀고 흥분하고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한마당이 되면서 관광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돼 있기도 하다. 유럽에는 대규모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5월부터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프라하의 봄'이라 불리는 체코의 프라하 축제는 5월12일부터 3주간 계속되는데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호응이 커 모든 연주회 티켓이 해마다 매진될 정도다. 6월에 열리는 파리의 음악축제 기간에는 레스토랑이 공연장으로 변하고 시내 거리와 광장에서도 유명가수와 팝스타들의 공연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 이어 가을까지 베를린 빈 로마 런던으로 옮겨가면서 독특하고 개성있는 페스티벌이 계속된다. 아무리 작은 도시의 축제라 해도 수십만명은 예사로 몰린다. 서양에서 일반화 된 축제의 기원은 다양하다. 불후의 예술가와 국부를 추앙하는 축제뿐만 아니라 민속,종교 및 이민자들과 관련된 것들도 허다하다. 자기 고장의 특산물을 축제로 승화시킨 경우도 많은데 9월 하순에 열리는 뮌헨의 맥주축제는 7백여만명의 젊은이들이 몰려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곤 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외국에 내세울 변변한 축제 하나 없었는데 서울이 앞장서 대규모 페스티벌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시작된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을 정례화하면서 국제적인 규모로 발전시킨다는 것이다. 올해는 시청앞 잔디광장 조성 준공에 맞춰 5월1일부터 9일간 고궁 월드컵공원 대학로를 비롯 시내 주요 지역에서 예술제 록페스티벌 전통음식마당 등이 마련된다. 6백년 전통을 가진 서울은 월드컵 기간의 역동성과 거대 도시의 다양성을 나타내기 위해 '새롭게' '재밌게' '신나게'라는 상징어를 채택했다. 페스티벌의 성격도 단일 테마축제보다는 시민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는 거리축제에 맞췄다. 이제 세계 유수한 축제와 견주게 될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성공 여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함께 풍부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달렸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