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이 40%를 넘어서자 일부 투기적 자본에 의한 교묘한 자본유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릿지증권의 최대주주인 외국계 펀드 BIH가 그런 경우다.
BIH가 최근 대규모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 회수를 추진하자 이 증권사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노조측은 BIH가 지난 1998년 브릿지증권 전신인 리젠트증권을 인수한 이후 일은증권과의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와 4차례의 유상감자,70%의 고배당 등을 통해 투자원금의 상당부분을 회수해간 데 이어 이번엔 1천2백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추진중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측은 "궁극적으로 회사를 상장폐지 시킨 후 안전하게 투자원금 이상을 빼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주식의 일부를 소각,자본금 규모를 줄이는 감자(減資)는 기업 부실에 따른 대주주들의 책임을 묻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지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BIH의 유상감자는 회사돈으로 주주들의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는 방식으로,회사 입장에선 유상감자 재원 마련을 위해 고정자산을 매각하거나 부채를 져야 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BIH에 앞서 (주)만도의 대주주인 JP 모건도 작년 12월 유상소각을 통해 5백14억원의 자금을 빼갔고,OB맥주의 대주주인 인터브루도 지난 3월30일 유상감자를 통해 1천6백억원을 회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주가 배당이나 유상감자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상법상 보호된 권리지만 회사의 성장여력보다는 투자금 이상을 빼가는 데만 열을 올리는 외국계 펀드들의 행태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증권 감독당국과 업계 일각에서 유상감자를 증권업계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의 덩치를 줄여 인수합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다는게 그들의 논리다.
그러나 외국계 투기성 자본이 지능화된 기법을 동원,국내 기업의 이윤을 빼가는 현실을 감안할때 유상감자 허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종태 증권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