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행복 두배!] '보림한국미술관'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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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강변 부벽루에서 큰 잔치가 벌어졌다.
부벽루 안에는 병풍을 배경으로 평안감사가 앉아있고,그 오른쪽엔 감사를 환영하는 내빈들이 자리잡았다.
부벽루 앞뜰에선 악사들의 반주에 맞춘 무희들의 춤판이 한창이다.
구경 나온 백성들도 신이 났다.
연회장을 둘러싼 군졸들 주위는 물론이고,멀리 산 위에도 구경꾼들이 가득하다.
(작자미상 '부벽루연회도')
흥이 오른 감사 일행은 날이 저물자 대동강으로 뱃놀이를 나섰다.
을밀대 앞 강물 위에 감사가 탄 큰 배를 중심으로 수많은 유람선이 떠 있고,군사들이 든 횃불 말고도 강물에 던져놓은 횃불이 무수하다.
과연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작자미상 '월야선유도')
아동서 전문 출판사인 보림이 최근 내놓은 '보림한국미술관' 시리즈는 이렇게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를 준다.
책마다 50여 장의 도판과 그에 따른 설명은 물론 부분도와 참고도까지 활용해 그림의 내용과 사용된 기법,미술용어,숨은 이야기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기 때문이다.
진준현 서울대 박물관 학예연구관이 쓴 첫 권 '우리 땅 진경산수'는 진경산수화와 함께 조선시대 사람들이 즐겨찾았던 팔도의 절경으로 안내한다.
대동강과 부벽루가 있는 평양을 비롯해 정조의 효심이 세운 신도시 수원 화성,개성의 송도삼절,낙산사의 동해 일출,충청의 단양팔경과 수옥폭포,황해도 영변의 약산,선비정신이 살아 숨쉬는 안동의 도산서원과 유배지 제주까지 이 땅의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송도삼절의 하나인 박연폭포 그림을 보자.화가에 따라 표현이 달라짐을 보여준다.
강세황의 '송도기행첩'에 실린 박연폭포는 아담하며 앙증맞다.
웅장한 폭포가 정지된 얼음기둥처럼 단순하게 묘사돼 있다.
반면 정선의 박연폭포는 진한 수묵과 힘찬 필선으로 시원스런 모습을 강조하고,윤제홍의 박연폭포는 강세황의 작품보다 더 대상을 단순화시켰다.
시리즈의 둘째권 '꽃과 새,선비의 마음'(고연희 지음)은 화조도를 통해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는 옛사람들의 마음을 전해준다.
현재 심사정의 '날랜 매가 토끼를 잡다'라는 그림에는 매가 커다란 발톱으로 토끼를 움켜쥐고 있다.
부릅뜬 매의 눈과 겁에 질린 토끼의 눈,겁에 질린 한 쌍의 꿩과 소나무 가지에서 호들갑을 떠는 까치 두마리.그러나 무심히 핀 가을국화와 빨갛게 익은 열매는 생사를 건 한바탕 소란마저 자연의 질서임을 보여준다.
매에게 쫓기는 꿩,벌레 한 마리를 쏘아보는 수탉,참새를 잡으려는 고양이,물속을 노려보는 물총새와 백로….저자는 "화조화를 보면 주변 생물체에 대한 선조들의 애정과 자연의 질서를 받아들이려는 겸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