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만화가 신일숙씨의 그림으로 보는 '아라비안 나이트'(달궁,전10권,올컬러,각권 8천9백원).최근 1,2권이 나왔다.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선과 깊이있고 은은한 파스텔 색감의 조화.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도 탁월하다. 그야말로 '신일숙표 천일야화'다. 페이지마다 '책 속의 책' 코너를 만들어 문화 교양 정보까지 알려준다. '무슬림은 어떤 사람들이에요?'라는 질문에 '알라에게 절대 복종하는 이슬람교 신자'라고 대답하는 방식이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세계적인 이슬람 설화문학.알라딘이나 신밧드,알리바바 이야기 등 어린이 동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전은 주요 이야기만 해도 1백80편에 이르는 대작이다. 페르시아 왕이 왕비의 부정을 목격한 뒤 복수심에 불타 매일 밤 여자를 데려오게 해서 다음 날 죽이기를 계속하던 도중 세헤라자드라는 지혜로운 소녀가 나타나 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진기한 이야기를 천하룻밤 동안 들려주는 내용.전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액자소설이다. 신씨는 최고의 스토리텔러답게 이처럼 방대한 원작의 정수를 뽑아 물흐르듯 펼쳐보이면서 하룻밤에 다 읽는 속도의 재미까지 선사한다. 그는 1980년대 이후 황미나 강경옥 김혜린 등과 함께 한국 순정만화의 부흥기를 주도한 작가. 아무리 복잡한 스토리도 자유자재로 소화해내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어진 '리니지'로도 최고의 주가를 올렸다. 이번 시리즈는 딱딱하고 긴 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고전을 만화으로 보여주자는 취지의 '달궁 비주얼 클래식' 제1탄이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청소년을 위한 좋은 책' 개념으로 접근했고 '만화+문학+교양'을 결합시킨 신개념 도서에 초점을 맞췄다는 게 출판사의 설명이다. 책을 한번 읽고 버리는 게 아니라 오래 소장하는 '컬렉션(수집)' 추세가 늘어나는 요즘.이 책도 곧 소장품목 상위 목록에 들 듯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