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상무인 이모씨(45)는 요즘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은퇴에 대비해 작년에 용인의 모 아파트단지내 상가점포(1층ㆍ분양 20평, 실평수 10평 남짓)를 평당 2천5백만원에 총 5억원을 주고 샀지만 은행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상가가 완공될 즈음 인근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선 데다 소비경기가 죽을 쑤면서 이씨가 요구하는 임대료(보증금 1억원, 월세 1백50만원)를 감당하며 장사할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5곳에 임대 의뢰를 해놨지만 "보증금을 5천만원까지 낮췄는 데도 선뜻 임대할 사람이 없다"는 답변 뿐이다. 임대시장이 쇼크상태에 빠져든 주된 요인은 저금리 속에서 임대 수입이 보장되는 상가 분양이 인기를 끌면서 지난 2002년의 경우 전년 대비 92%나 상업건물 신축허가가 늘어날 정도로 최근 2년간 상가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는 갈수록 위축돼 수급균형이 완전히 깨져 버린 것. 또 은퇴후 소득 보장용 등으로 상가투자가 좋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투자자들이 '묻지마식' 경쟁적 투자에 나선 결과 상가 분양가격이 터무니없이 오른 가운데 불경기로 임대료 수입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완공 후 비어 있는 상가 즐비 수도권에서도 일산 신도시 등에는 완공 이후에도 임대가 되지 않아 초기 분양가 이하로 되팔려고 내놓은 상가들이 즐비하고 아파트단지내 지하상가 등은 전층이 텅 비어 있는 곳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신촌 및 영등포 잠실, 경기도 군포 안양 등 수도권 주요 25개 상권내 지난 1분기 상가 권리금은 전분기 대비 2.4% 하락했다. 점포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임대료도 25곳중 18곳은 하락하거나 보합권에 머물렀다. 서울 문정동 S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상가 매출액이 2년 전에 비해 최고 50%까지 감소하면서 권리금과 임대료가 함께 떨어지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떨어지는 임대료 서울 명동, 강남 일부 지역 등 기존 상권이 탄탄한 지역은 나은 편이고 일산 등 신도시와 수도권 신개발지, 지방도시들의 상황은 심각하다. 인천에서 '신흥상권'으로 각광받던 구월동 인천시청 일대 대형 상가건물에는 1층부터 빈 점포가 줄지어 있다. 입주를 시작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상가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임대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다 불황까지 겹친 탓에 공실률이 60∼70%를 웃돈다.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에도 '임대' 표식을 써붙인 상가들이 즐비하다. 대로변 코너자리 같은 요지의 1층 정도만 임대가 나갈뿐 2층 이상에는 빈 가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년 전까지는 1억원 이상 했던 동성로 일대 상가 권리금이 지금은 '제로'까지 떨어졌는 데도 장사할 사람(세입상인)을 찾기 힘들다. 부산 밀리오레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60만원 형태로 임대 분양을 해왔다. 하지만 얼어붙은 유통경기가 풀리지 않자 월세를 30만원으로 낮췄다. 일부 상가는 '전전세' 형태로 가게를 빌려주면서 월세를 20만원대로 내려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하지만 빈 점포는 줄지 않아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공실률이 20∼25% 정도에 이른다. 울산에서 '새로 뜨는 상권'으로 꼽혀온 삼산지구도 유흥주점 등이 잇따라 휴ㆍ폐업 하면서 빈 상가가 늘고 임대료도 작년 대비 20-30% 정도 떨어졌지만 신규 입주자는 찾기 힘들다. 퇴직금으로 이 곳 상가 10평을 마련한 김영수씨(59)는 "임대인이 장사가 안돼 나가겠다고 하는데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어 보증금(5천만원)을 마련할 걱정이 태산같다"고 하소연했다. 차라리 은행에 넣을걸 융자를 얻어 상가를 사거나 분양받은 사람들의 타격이 특히 심하다. 심지어 청담동 등 강남권 요지에서도 무리하게 융자받아 건물을 샀던 일부 소유주를 중심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건물을 헐값에 날리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용인 죽전지구 4차 1단지 상가는 올해 초 완공됐다. 하지만 연건평 6백여평의 4층중 2,3층이 통째로 비어 있고 3층도 태권도장 하나만 들어와 있다. 장사가 잘된다는 1층도 일부는 비어 있는 상태다. 이렇다 보니 1층 20평짜리를 4억∼6억원에 분양받은 점포주는 은행 이자 내기도 바쁜 처지가 됐다. 특히 2층 20평짜리 2개를 분양받은 모 점포주인은 "분양대금의 절반 이상을 융자받아 한 달에 이자만 80만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 전국종합 so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