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하이닉스반도체가 유럽계 반도체 메이커인 ST마이크로와 함께 추진해온 중국공장 건설방안을 전격 부결 처리함에 따라 하이닉스 독자 생존 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이닉스는 중국공장 건설이 회생을 위한 '절호의 찬스'인 만큼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의 채권 금융회사들은 서면결의에서 "하이닉스에 추가로 물려 들어가기 싫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 간사인 외환은행이 이 문제를 채권단협의회에 다시 부의할 것이라고 밝혔고 반대 의사를 표명한 채권 금융회사들도 재검토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채권단 "추가 지원 부담 싫다"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 방안 수정계획'을 놓고 서면결의를 벌인 결과 채권 금융회사의 20% 정도만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80%가 반대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추가 자금부담'에 대한 우려.채권단 관계자는 "중국 공장 건설자금 총 15억달러 중 10억달러를 중국 현지에서 조달하겠다지만 이 같은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결국 부담은 하이닉스 본사와 채권단에 넘어올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공장이 준공될 시기에 반도체 경기가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많다"며 "이 경우 공장을 가동해도 이익은 나지 않고 엄청난 이자비용만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채권단은 급격한 반도체 경기 하락 등으로 중국 공장의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경영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반도체 기술까지 함께 이전될 수 있다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그래도 중국으로 가야 한다 하이닉스가 '중국행'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렇다. 차세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3백mm 웨이퍼 생산라인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여력이 없어 ST마이크로 및 중국 당국 등 전략적 파트너와의 제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로는 D램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마이크론 인피니언에 이어 4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4분기에는 인피니언을 제치고 3위에 올랐다"며 "이 같은 상승세를 유지해 3백mm 웨이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선 중국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공은 다시 채권단으로 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본사 기준으로 1천5백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6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4분기에도 2천1백90억원의 이익을 냈다. 하이닉스는 이런 여세를 몰아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이익을 내 2000년 9월에 불거진 유동성 위기 이후 4년 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하이닉스의 '부활의 꿈'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중국 공장 건설방안이 채권단협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외환은행의 이번 제안에 반대했다는 한 채권단 관계자는 "80%의 채권단이 반대 이유로 제시한 중국 공장 건설자금 조달계획의 불확실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보완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중국 공장 건설이 계속해서 채권단협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결국 하이닉스가 독자생존 가능성을 사실상 상실하고 채권단 지분 회수를 위해 국내외 투자자에게 매각될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