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27일 의원당선자 워크숍에서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일단 접고 정책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 실용주의 노선에 무게를 실어 경제 민생현안 해결에 주력한 뒤 국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정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민의를 바탕으로 당이 주요 정책을 주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논란이 돼온 정체성 문제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함에 따라 향후 정체성을 놓고 당내 세력간의 분화조짐이 뚜렷해질 전망이다. ◆정책으로 승부한다=대다수 당선자들은 "정책의 성안과정에서 당정의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같이 결정하고 같이 책임지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책의총을 활성화하고 정책보좌진 강화와 연구기관 설립을 추진키로 했다. 일부 당선자는 "국민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당·정·청 협력체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는 "중요 정책별로 타임스케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당·정이 공동체의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정책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원기 고문은 "형식적인 당정협의가 아니라 당정협의를 시스템화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며 "국회의 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체성 시비 불씨 남겨=분임토의에서 가장 논란이 된 대목은 민노당 등장에 따른 정체성 확립문제였다. 상당수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건전보수로 바뀌고 민노당이 온건진보를 표방할 경우 열린우리당이 설자리는 어디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논란끝에 내린 대체적인 결론은 "폭넓은 스펙트럼은 인정하되 소모적인 이념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동영 의장이 "이념의 울타리에 갇혀서는 안된다.당의 정체성은 이념이 아니라 의사결정구조속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애매한 총평을 한데 고민이 함축돼있다. 실제 한 분과에서는 열린우리당은 '무지개 연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 당내에는 정 의장 등 민주당 출신이 주축이 된 중도통합파와 유시민 김원웅 송영길 의원과 정청래 당선자 등을 축으로 한 개혁진보파,김진표 정덕구 이계안 당선자 등 관계와 경제계 출신이 중심이 된 중도보수파 등 세파가 상존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개혁진보파는 "이념갈등을 숨길게 아니라 자유롭게 표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양양=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