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사모펀드(PEFㆍPrivate Equity Fund)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거래 중소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원론적 의미의 사모펀드가 출범하기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7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 기업 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이 현재 사모펀드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중소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1천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5월중 출범시킬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전액 자체자금으로 충당해 사업성은 있으나 당장 자금이 필요한 거래 중소기업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사모펀드를 설립, 자체 자금 외에 연기금 등 다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소시에테제네랄과 합작으로 투신운용사를 인수하거나 설립하면 운용사를 통해 사모펀드를 설립해 운용키로 했다. 기업은행은 운용사를 인수하기 전이라도 중소기업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를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정부와 법적 검토를 끝냈으며 제한이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다만 출자지분의 15%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1백% 출자는 힘든 상태다. 기업은행은 이미 벤처조합형태로 3백억원을 출자해 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관련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7∼8월께 중소기업 투자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함께 6만여개 거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 규모 등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실무적인 준비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단순히 중소기업 투자전문 펀드뿐만 아니라 대기업 등에도 투자하는 사모펀드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의 국제적 신인도가 높은 만큼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서 기업주식이나 경영권 등에 투자, 고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칼라일,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 등이 대표적인 사모펀드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최근 은행들의 사모펀드 설립 양상은 거래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넓은 의미의 사모펀드로 보기엔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제 역할을 하려면 금융업 등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규정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 등이 마무리돼야만 진정한 의미의 사모펀드 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