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조무제 대법관)는 2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우근민 제주도지사에 대해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우 지사는 '당선자 본인이 징역 또는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따라 이날로 지사직을 잃게 됐다. 우 지사는 재작년 '6ㆍ13 지방선거'때 상대후보였던 신구범 전 제주도지사가 축협중앙회장 시절 축협에 5천1백억원의 손실을 끼쳤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벌금 3백만원을 선고받았었다. 재판부는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우씨와 함께 기소된 신 전 지사에 대해서도 벌금 1백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우씨의 지사직 상실로 오는 6월5일 실시되는 재ㆍ보궐선거 대상지역은 모두 1백2곳으로 늘어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 < 우근민ㆍ신구범씨 질긴 악연 > 지난 2002년 6ㆍ13 지방선거에서 세번째 맞대결을 펼쳤던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신구범 전 지사의 2년여에 걸친 '공방'은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결과로 끝났다. 앞선 두차례 도지사 선거전에서 1승1패의 전적을 보였던 두 라이벌은 2002년 3차 대결에서 우 지사가 재선돼 승리하는 듯했으나 27일 대법원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유죄'를 확정함으로써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두 사람의 3차전 공방은 2002년 6ㆍ13 지방선거를 앞둔 3월부터 시작됐다. 도지사 집무실을 찾았던 한 여성이 우 지사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우 지사의 도덕성과 신 전 지사의 개입 여부를 놓고 두 사람이 선거전까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제주지검은 2002년 11월27일 우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 유사 선거사무소 설치,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및 기부행위, 선거비용 허위제출,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고 신 전 지사도 사전선거운동과 무고 등의 혐의로 역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과정에서도 담당 판사가 우 지사 측근과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신 전 지사측에서 폭로하면서 재판부 기피신청 사태까지 벌어져 법원장을 재판장으로 하는 새로운 재판부가 구성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제주지법에서 열린 1심판결에서는 우 지사 벌금 3백만원, 신 전 지사 벌금 1백50만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