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27일 개성에서 용천폭발사고 긴급 구호물자 전달을 위한 회담을 가졌으나 육로를 통한 수송과 의료진 파견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북측이 남측의 구호물자 육로수송과 의료진 파견에 난색을 표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취약한 경제.의료실정을 남한에 노출시키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비록 육송에는 실패했지만 건설 및 의료지원을 통해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와 구호에 나설 계획이다.



◆회담결과와 향후 지원전망=북한의 육로수송 거부는 예견된 것이었다.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구호물자와 의료진을)안 보내줘도 좋다는데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북한이 병원이 없는 것을 보여주기 싫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 장관은 "(북한에)의사는 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병원선이 가면 좋지만 남포항에 접안해야 소용없고,군항인 용암포항에 접안해야 가능한데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긴급의약품은 신속한 전달이 필요하므로 북한측과 항공로 수송을 협의하라"며 전날에 이어 신속 수송을 재촉했다.


대한적십자사는 회담결과와는 별개로 28일 밤 늦게 긴급구호물자를 인천항에서 선적,29일 남포항을 통해 북측에 물품을 전달한다는 방침 아래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27일 오후 3시 현재 남포에 정박 중인 인천~남포간 정기선(포춘 트레이트호)이 해상의 높은 파고로 남포항을 출발하지 못해 일러야 29일 새벽에나 인천에서 출항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 세부지원대책=보건복지부는 29일 출항 예정인 1차분 적십자구호품 4억5천만원어치와 별도로 평양 적십자병원 설립준비를 위해 마련한 40만달러 규모의 필수의약품 및 의료장비 등을 선적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1백70t 규모 병원선 2척의 출항준비도 점검했다.


대한의사협회 등 6개 보건의료관련 단체는 의사 40명 등 1백명으로 '용천의료지원단'을 출범시키기로 하고 인력풀 구성에 들어갔다.


건교부도 회담결과가 나오는 대로 건설장비 철근 시멘트 등과 함께 기술인력을 파견키로 하고 건설업계 등으로부터 협조를 구하는 등 대책을 모색했다.


◆미국 대북지원 의미=미국은 26일(현지시간)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현금 10만달러를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미국은 정치적인 문제에 관계없이 재난에 대한 모든 인도주의적 원조를 제공한다"며 "필요하다면 북한인들과 협력하도록 구급의료 전문가팀은 물론 의료장비와 의료품들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지원은 인도주의와 외교관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해석이다.


미국은 지난 95년 9월에도 정부차원에서 수해를 입은 북한에 처음으로 2만5천달러를 지원함으로써 1차 핵위기를 풀어나간 경험이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 지원을 통해 2002년 2차 북핵위기로 경색된 북·미간 긴장관계를 완화시키고 북한을 6자회담 협상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뉴질랜드 등 국제사회의 구호 손길이 답지하고 있어 북한사회의 대외인식 전환과 개방·개혁이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