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꺼지나] 강남發 집값 하락세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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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신고제가 '집값 버블(거품) 붕괴'를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할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발(發) 집값 하락세가 주변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분양시장에서도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수도권 및 지방에서 빈 상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동산 버블의 급속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신고제 시행지역 하락세 심화
서울 송파구 잠실저밀도지구 내 아파트는 이번주들어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지고 있다.
지난주 초반에 비해 3천만원 이상 떨어졌다.
5억3천만원을 호가하던 2단지 13평형은 지난주 말 5억원선으로 주저앉은데 이어 27일엔 4억9천8백만원대 매물이 등장했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하락세가 가속이 붙고 있다"며 "매수문의가 없어 추가하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주 말 3천만원 정도의 낙폭을 기록했던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의 경우 중개업소들이 모두 손을 놓으면서 가격 동향도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인근 신한공인 장찬수 대표는 "사겠다는 사람이 없는 데 매물을 내놓으면 무엇하겠느냐"며 "어떤 가격이 시세라고 이야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ㆍ도곡동 일대 기존 아파트도 매수문의가 사라지면서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도곡동 신세계공인 김재돈 대표는 "9억원에도 없던 도곡주공1차 매물이 8억8천만원에 나왔다"며 "살 사람이 없는 것으로 봐서 당분간 시장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비(非)신고 대상 아파트도 하락대열에 합류
주택거래신고제 시행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의 아파트들까지 가격 하락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저밀도지구 내 아파트와 강남구 청남ㆍ도곡저밀도지구 내 아파트 분양권은 주택거래신고 대상이 아니지만 가격이 하락하거나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저밀도지구 내 아파트들은 지난주 초 대비 최고 3천만∼4천만원 값이 떨어졌다.
3단지 16평형은 7억2천만원에서 6억8천만원으로 주저앉았고 2단지 18평형도 6억2천만원에서 6억5백만원으로 내려앉았다.
인근 에덴공인 김성일 대표는 "재건축 이익환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주공1차와 개나리 등 도곡동 및 역삼동 일대 아파트 분양권값도 약보합세로 돌아섰다.
매수세까지 끊겨 당분간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거래신고제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가격이 추가 하락해 3천만∼4천만원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매수문의조차 끊겨 가격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내다봤다.
◆ 거품붕괴 초기단계서 연착륙 유도해야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급속한 부동산 버블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의 경착륙이 전체 경기에 미칠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주택거래신고제의 파급효과가 이처럼 클 줄 몰랐다"며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꺼질 경우 지금의 경기침체가 일본형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H컨설팅 관계자도 "부동산 거품은 해소되어야 하지만 급작스런 붕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초기 단계에서 적절하게 대응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동민ㆍ조성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