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골프장과 삼류 골프장의 차이는 대부분 캐디 서비스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캐디가 고객 중심인가,아니면 골프장 중심인가 하는 것에서 차이가 난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정신을 가진 캐디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고객만족 경영의 원칙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권한을 위임받고 있다. '잠정구를 치고 가시죠.''지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러나 다음 홀에서는 조금만 빨리 해 주시죠.''괜찮습니다. 손님들이 결정하시죠.' 그런데 골프장 중심 사고방식을 가진 캐디는 첫홀부터 훈련소 교관처럼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지금부터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이런 게 기분이 거슬렸는지 한 동반자가 물었다. '그거 안 지키면 어떻게 되는거요?' 그랬더니 답변이 더 걸작이었다. '예,곧바로 퇴장시키겠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고객을 통제하려고 안달하는 캐디는 사실 골프장 문화의 희생자인 경우가 많다.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여러가지 통제장치와 처벌규정을 만들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캐디가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는 대신 고객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빨리 뛰세요,늦으면 제가 벌당 먹어요.' 바로 이 '벌당'(소정의 규칙을 위반한 캐디에게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제초작업·디보트홀 보수 등 잡일을 시키는 일)이 강한 골프장일수록 캐디는 경직된 서비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오죽하면 손님에게 벌당 안 먹게 해 달라고 하소연하겠는가! 언젠가 캐디가 거의 매홀에서 벌당 얘기를 하니까 한 동반자가 이런 말을 해서 모두 배꼽을 잡았다. '00씨,너무 걱정마,그 벌당 우리하고 나눠 먹자!' 일류 골프장은 '벌당문화' 대신 '신상불벌'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질책과 처벌보다는 잘 했을 때 화끈하게 칭찬하고 포상하는 제도다. '신상필벌'은 잘 하면 상 주고,못 하면 벌 준다는 의미지만 대부분 경영자가 조직기강을 잡겠다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는 '필벌'에 무게를 둔다. 그러나 '신상불벌'은 잘 하는 것은 포상하고 잘 하려다 실수한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고객만족을 위해 탄력적이고 적극적인 서비스를 하다가 발생한 실수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이런 경영철학을 가지고 운영되는 골프장은 캐디들이 자긍심이 있고 더 적극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다. 요즘 캐디를 위해 골프대회를 여는 골프장도 있고 우수 캐디를 뽑아 해외 포상휴가를 보내주는 골프장도 있다.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잘 해 주는 것은 바로 고객에게 잘 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캐디가 신나야 고객들도 신나기 때문이다.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