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 도로일주 사이클대회) 3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33)은 자서전 '그대 향해 달려가리라'에서 "사이클 선수는 다리털을 깨끗하게 깎아야 한다"고 썼다. 수없이 넘어지는데 털이 없어야 다쳤을 때 치료하기 쉽고 반창고를 뗄 때 덜 아프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자전거로 통학해 본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얘기다. 푹 파인 길 때문에 혹은 차를 피하다 쓰러지면 팔 다리를 다치는 건 물론 가방이 날아가기도 하니까. 바퀴에 펑크라도 나면 더 큰 일이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젊은 시절 자전거를 못타 쌀가마니를 실은 자전거를 끌고 배달했다지만 자전거를 끌자면 보통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본 사람은 안다. 오르막과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평평하게 쭉 뻗은 길에 들어섰을 때의 뿌듯함,바람에 실려온 꽃향기가 코를 간지럽힐 때의 설레임,탁트인 강변을 달릴 때의 상쾌함을.하지만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방법은 없다. 인도와 차도 어느 곳에도 자전거길은 없는 까닭이다. 서울시가 잠수교와 한남대교 및 새문안길 종로 시청앞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서울 외곽에서 시내 한복판까지 자전거로 오갈 수 있게 한다는 소식이다. 실력이 웬만하면 한강둔치 자전거길을 따라 잠실선착장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34km) 50분 정도 걸린다니까 한강다리를 건너 안전한 길로 이어지기만 하면 자전거 출퇴근도 가능할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길도 덜 막히고 공기도 맑아질 것이다.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 다리는 튼튼해지고 심폐기능도 좋아질 게 틀림없다. 모든 건 길을 얼마나 실효성있게 만드느냐에 달렸다. 자전거 통행엔 무엇보다 도로의 턱을 없애는 게 우선이다. 길이란 한곳이라도 끊어지면 소용없는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스레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오토바이와 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의 자전거도로 진입에 관한 처리문제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고,자전거 보관공간 확보 및 도난방지 대책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마땅하다. 차제에 헬멧을 쓰고,횡단보도에선 내려서 걷는 등 자전거 통행에 대한 기초교육도 강화하면 좋을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