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통일중공업의 무분규 노사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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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중공업 노사가 20년만에 처음으로 노사분규없이 임단협에 합의했다고 한다.
통일중공업은 그동안 공권력이 6차례나 투입되는 등 강성노동운동의 대명사로 통해온데다 이번 합의가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6월 총력 투쟁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란 점에서도 의미깊은 일이다.
통일중공업의 노사 합의는 우선 회사부터 살려놓고 보자는데 공감대를 이룬 결과임이 분명하다.
적자가 계속되고 생산성이 경쟁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자기 주장만 고집한다면 회사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음이 틀림없다.
특히 통일중공업은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하투(夏鬪)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올 노사협상은 지난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성공한 민노당이 노동현안 관련법 개정추진방침을 밝히고 있는데다 노동계와의 적극적인 협력도 천명한 상태여서 과연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주5일 근무제 본격 도입,노조의 경영참여 문제 등 쟁점도 산적한 상태다.
이미 민노총은 산하 17개 산별노조를 동원해 오는 6월말부터 7월까지 집중적인 파업투쟁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여서 더욱 걱정스럽다.
노동계의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통일중공업 노사 합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회사의 생존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회사가 살아야 노동운동도 있을 수 있고 처우개선도 가능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장기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지금 사정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노동운동이 경제의 현실이나 회사의 사정을 무시한 채 강경일변도로 치닫는다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런 점에서 통일중공업의 노사합의는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