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통일중공업의 무분규 노사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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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중공업 노사가 20년만에 처음으로 노사분규없이 임단협에 합의했다고 한다.
통일중공업은 그동안 공권력이 6차례나 투입되는 등 강성노동운동의 대명사로 통해온데다 이번 합의가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6월 총력 투쟁 방침을 밝힌 가운데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깊은 일이다.
통일중공업의 노사 합의는 우선 회사부터 살려놓고 보자는 공감대를 이룬 결과임이 분명하다.
적자가 계속되고 생산성이 경쟁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도 노사가 대립만 계속한다면 회사가 아예 문을 닫아야 하는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한 셈이다.
특히 통일중공업은 그동안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선봉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이른바 노동계의 하투(夏鬪)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노동계의 현실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오는 6월16일부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한 것을 비롯 금속연맹 화학운송노조 건설산업연맹 등도 6월말부터 7월에 걸쳐 집중적인 투쟁 일정을 잡아 놓고 있다.
더구나 노동계는 비정규직 차별철폐,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제 실시,노조의 경영참여 등 사용자측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들을 쏟아내고 있어 우려가 더욱 크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사정은 지금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14개월째 60%대 가동률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은행대출금을 갚지 못해 줄도산할 것이란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임금을 올리는 등 근로조건을 대폭 개선해주고 싶어도 결코 그럴 형편이 못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시점에서 경제의 현실이나 회사의 사정은 도외시한 채 무리한 요구만 고집한다면 결과가 어찌 될지는 노동계 스스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중공업의 노사합의가 분규없는 하투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