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소형 투신사인 사와카미투신의 주식형펀드가 화제다. 특히 노후를 준비해야하는 30∼40대 샐러리맨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어 입소문만으로 4년8개월만에 7천2백억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끌어들였다. 사와카미펀드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일본이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이다. 펀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 9천억원을 투자할테니 별도의 펀드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 투신사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이 투신사 사와카미 아츠토(澤上篤人·57) 사장은 "연기금의 경우 1년마다 투자자금 운용성과를 평가해야해 장기투자에 방해가 될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의 노후대비를 돕는다는 회사의 경영이념과도 어긋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와카미펀드가 나오기 전만 해도 이 회사는 그야말로 무명 투신사였다. 회사 위치(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코오지마치역 근처)만 해도 일본 증권가인 가부토초나 가야바초에서 지하철로 20∼3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이다. 직원 수는 30명 남짓에 불과하다. 자본금은 2억엔(약 20억원).사와카미펀드가 유명해졌지만 지금도 펀드매니저는 사와카미 사장 본인 한명뿐이다. 그렇지만 펀드 판매실적은 비약적인 증가세다. 1999년 8월 4백87명의 고객이 1백63억원을 투자하면서 시작된 이 펀드는 지금은 고객 수가 3만9천5백명으로 늘어나고 운용자산도 7천2백70억원으로 커졌다. 고객은 샐러리맨이 대부분이다. 나이로는 30∼40대가 70%에 달한다. 펀드를 믿고 처음 투자한 고객들이 투자금액을 늘리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입소문이 이어지면서 월급쟁이의 소액 투자자금이 밀려 들어왔다. 특히 고객의 60% 이상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매달 은행이나 우체국을 통해 이 펀드를 적립식으로 구입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펀드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펀드의 4년8개월간 누적수익률은 29%,연 평균으론 6.1% 정도다. 일본의 은행 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라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편이지만 주식형펀드로는 그리 빼어난 성적이 아니다. 게다가 일본 증시가 불황의 늪에 빠졌을 때는 20%에 달하는 손실을 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때마다 사와카미 사장은 이메일 등을 통해 "현재 펀드에 편입된 종목은 일본이 망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대부분"이라며 "현재와 같은 어려운 국면만 지나면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철저한 장기투자 원칙으로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것이다. 실제 연기금 투자를 받지 않았던데서 보듯 이 투신은 1∼2년짜리 투자자금은 아무리 거액이라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처럼 단기투자가 극성인 일본 투신업계에서 사와카미펀드가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이같은 배경에서다. 사와카미 사장은 "투자자금을 장기운용하려면 고객의 수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투자자들도 느긋하게 마음먹고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수익률은 자연히 올라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