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 외국인들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IR(투자설명회)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IR는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성과와 전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략적 마케팅 활동"(미국IR협회)이라는 정의처럼 본연의 기능에 맞는 활동이 필요한 때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 코스닥 IR에 다녀온 감회가 새롭다. 행사장인 맨해튼의 명성 높은 월돌프 아스토리아호텔 정문에 휘날리는 대형 태극기를 보면서 높아진 코스닥기업의 위상에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무거운 책임감이 밀려왔다. 2002년 해외 IR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나 이번 행사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후원사인 모건스탠리 측에서 정례화하자는 제의까지 할 정도였다. 해외IR를 계기로 코스닥기업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가 괜찮은 수익을 얻고 거래 증권회사도 많은 수수료를 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코스닥시장은 지난 몇년간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못한 채 버블과 투명성의 결여로 지속적인 조정과정을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코스닥의 주요 업종인 인터넷,반도체,IT부품 등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성과 함께 등록기업의 수익구조가 탄탄해지고 있다. 아울러 코스닥시장도 등록·퇴출제도의 개선,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알리기 위한 국내외 합동IR 개최,등록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종합지원센터 운영,시장감시의 강화 등 다양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했다. 최근 코스닥시장 회복 기미는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포함한 시장 개선노력이 어우러진 결과로 볼 수 있다. 필자는 뉴욕 IR에서 코스닥시장은 아직은 부족하지만 '꿈과 잠재력이 있는 시장'임을 역설했다. 특히 코스닥이 "훌륭한 기업이 많이 들어와 좋은 실적을 내고 제대로 알려져 투자자가 찾아오는 경쟁력 있는 증권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과 끈질긴 노력을 강조했다. 참가 등록기업들도 저마다 열과 성의를 다해 IR에 임했다. 제품 홍보를 위해 수많은 투자자들 앞에서 팝송을 부르는 임원도 있었고 최근 실적이 반영된 별도 IR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새벽까지 우편함을 체크하는 CEO(최고경영자)도 있었다. 열정이 가득 찬 이번 해외IR는 참가기업들의 주가상승과 외국인 투자증가로 이어졌다. 행사 당일 하루에만 외국인 지분율이 3%포인트 증가한 기업도 있었고 주가상승률이 10%가 넘는 기업도 6개사나 됐다. 기업IR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은 이처럼 부쩍 높아졌으나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올바른 IR의 원칙은 무엇일까. 첫째,IR는 진실과 좋은 경영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이 실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IR에 열을 올려봐야 소용이 없다. 오히려 양치기 소년처럼 신뢰만 잃을 뿐이다. 둘째,현란한 회사자랑이나 브리핑기술보다는 고객의 니즈(Needs)를 읽고 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정성스런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 셋째,IR는 기업의 일방적 의사전달이 아니라 피드백 과정이어야 한다. 투자자 목소리를 듣는 기회로서도 중요하다. 넷째,IR는 CEO가 직접 나서야 효과가 극대화된다. IR는 실적평가를 넘어 기업의 비전이나 CEO능력에 대한 평가의 장이다. CEO의 IR에 대한 태도를 보면 경영보다는 주가 올리는 데만 열중하거나 이와 반대로 경영에만 매달려 IR에는 전혀 무심한 경우가 있다. 어차피 기업공개를 택했다면 훌륭한 경영실적과 IR활동을 적절히 구사하는 이상적인 CEO가 필요하다. 코스닥 B기업 L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70초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행사 참가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의 열정적인 IR모습은 다른 CEO들의 귀감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뉴욕은 넘치는 쓰레기,노숙자가 연상되던 90년대와 9·11테러의 시련을 딛고 여전히 세계금융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안에서 기업의 진실과 실적을 끊임없이 파고드는 월스트리트의 냉정한 투자자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코스닥기업이 그들 앞에 당당히 나서서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광경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