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리가 경제 과열을 우려해 경기 억제에 나설 방침을 공식적으로 천명하자 29일 전 세계 증시가 술렁이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28일 로이터와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위해 중국의 강력한 성장세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말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중국 경제의 과열 양상과 이에 따른 중국 정부의 연착륙 시도는 일찍부터 예견된 것이었으나 이번 총리의 발언으로 공식화되면서 세계 증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재부상하고 있다. ◆'중국 쇼크'로 세계 증시 일제 약세 미국 증시와 상품시장 등은 전날 중국 총리의 발언으로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가 각각 1.29%와 2.12% 떨어졌고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1.29% 하락했다. 중국의 국제 원자재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인해 국제 금값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전날에 비해 온스당 385.46달러로 12.72달러가 하락해 지난해 11월7일 이후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의 선물가격도 5%가 하락해 t당 2천582달러로 떨어졌고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도 각각 6.6%와 4%가 폭락했다. 이날 오후 1시50분(한국 시각) 현재 대만 가권지수와 일본 니케이지수 역시 각각 3.27%와 0.34%가 떨어진 상태다. ◆한국 조선.철강.화학 등 낙폭 커 한국의 종합주가지수도 전날보다 26.34 포인트(2.92%)나 급락하며 875.49까지내려갔고 코스닥지수는 21.92 포인트(4.58%)가 떨어진 456.78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현재까지 6천474억원어치를 대거 순매도해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타격이 가장 큰 종목은 중국 경기 의존도가 높은 해운, 철강, 조선, 화학 업종등이다. 현재 거래소에서 운수.창고업종은 6% 이상 떨어져 가장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고 철강, 기계, 전기, 운수장비, 화학 등도 3~5%씩 급락하고 있다. 종목별로는 POSCO[005490], LG화학[051910], 호남석유[011170], 한진해운[000700], 대우종합기계[042670], 현대중공업[009540], 대우조선해양[042660] 등이 5~12%나 떨어졌다. ◆과도한 우려 '경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중국 정부의 경기 억제가 한국을 비롯한 국제 경제에 부정적인 것인 사실이나 이미 예상된 이슈인 만큼 장기적인 국제 경제와 증시 상승 추세를훼손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위축됐던 미국 시장이중국 정부의 경기 억제 소식까지 더해져 하락했고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이에 영향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그러나 "중국이 급격한 경기 반전이 아닌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게 분명한 데다 한국의 경우 대(對) 중국 수출 품목은 중국이 경기 억제 조치를취할 경우 영향을 받을 내수 및 설비투자용보다 중국의 수출품에 다시 사용되는 부품과 재료 등이 많아 예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국내 증시가 현재 중국 쇼크와 외국인 등의 차익 실현으로 조정받고있으나 중장기적인 상승 국면이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효근 대우증권 연구원도 "중국 당국은 이미 과열 억제를 위한 속도 조절 정책의 일환으로 올 들어서만 두 차례에 걸쳐 지준율을 인상하고 은행 대출을 제한하며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업종 등의 자기자본 비율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중국 총리의 과열 억제 의지 표명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위앤화 절상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월가의 자금이 그동안 아시아로 유입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통화 가치 절상에 대한 기대였다"고 분석하고 "그러나 중국 정부가 최근 잇따라 위앤화 절상 가능성에 대해 확고하게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아시아에 유입된 투기적 성격의 '핫머니'가 이탈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은 최근 우리 나라와 대만의 뚜렷한 외국인 매도세는 이 때문이며 핫머니 이탈 추세로 미뤄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추가 매도도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미래에셋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수출이 위앤화 약세를 업고 계속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미국 역시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세계적 경기 회복 사이클은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