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피의자 자살사태가 잇따르자 `강압수사'의혹이 불거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축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검 중수부는 29일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급보가 전해지자마자 자민련 이인제 의원에 대한 즉각적인 강제구인 계획을 급히 철회했다. 검찰은 이날 이 의원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앞서 체포조를 이 의원이 있는 충남 논산으로 보냈으나 박 지사의 자살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후 1시30분께 경기 평택부근을 내달리고 있던 체포조의 차량을 되돌려 철수시켰다. 검찰은 박 지사의 자살이라는 돌발상황이 일어난 상황에서 이 의원을 강제구인하면서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검찰의 강압적인 이미지를 보일 것을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도 이날 오후에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김인곤 광주대 이사장, 부산지방국세청 공무원 전모씨 등이 검찰조사중, 또는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방부 검찰단의 군납비리 수사와도 관련해 준위와 군무원 등 2명이 자살한 바있다. 연이은 자살사태에 검찰은 무거운 분위기속에 추이를 예의 주시하며 심각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사회적 평판이 하루 아침에무너지면서 느낀 자괴감과 수치심, 수감생활에 대한 두려움 등이 겹쳐 심리적 공황사태에 빠지는 것 같다"며 "이런 일에는 조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검찰에서는 소환된 피의자가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언급하며 "유서를써놓고 왔다"거나 "죽고싶다"고 말하는 방법으로 검찰수사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피의자들이 조사중 병 질환 등을 심각하게 호소하는 경우에도 수사를 강하게밀어붙이기 어렵다고 검찰 수사관은 호소했다. 검찰 간부는 "피의자 사망사건 이후 인권수사를 표명해온 검찰로서는 부담이 갈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수사에 무리가 없었다면 검찰이 피의자들의 `도미노 자살' 때문에 누명을 쓰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일단은 박 지사가 수사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을 못이겨 자살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살사건이 발생한 이상 검찰도 수사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