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소비자 반응에 따라 제품 출하를 조절하는 QR(Quick Response:소비자 반응에 맞춰 그때그때 물량을 조절) 생산이 확산되고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통상 '30%는 안 팔리는 물량'으로 여길 정도로 재고가 큰 부담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매출이 줄더라도 재고율을 낮춰 실속을 차려야 한다는 게 의류 회사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업체마다 메인 오더(회사가 시장 반응에 상관없이 제품을 미리 기획해 생산) 비중은 줄이는 대신 QR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숙녀복 업체 나산의 '조이너스'는 올 봄 신상품 메인 오더 비율을 작년 75%에서 65%로 줄이는 대신 QR 생산 비율을 25%에서 35%로 늘렸다. 신원 '베스띠벨리'도 지난 2002년(봄·여름) 16%이던 QR 비중이 지난해 20%,올해 23%(예상치)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신원 노길주 홍보판촉팀 팀장은 "최근 2∼3년간 경기가 얼어붙어 재고 부담이 커진 데다 늦봄에도 폭설이 내리는 등 이상기온 현상으로 패션 경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지면서 QR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QR 생산이 늘어나기는 유행을 별로 타지 않는 신사복 전문업체들도 마찬가지다. LG패션 '마에스트로'는 지난해 가을·겨울용 스탠드칼라의 모직 캐주얼 점퍼 생산에 QR 시스템을 적극 도입,톡톡히 재미를 봤다. 작년 9월 초도 물량으로 3백90벌을 만든 후 한 달 뒤쯤 판매율이 27%에 이르자 재생산을 결정,11월 두 차례에 걸쳐 9백38벌을 추가로 생산했다. 이후 12월 판매율이 76%까지 뛰자 또다시 7백64벌을 찍어 매장에 깔았다. 지난 2월 매장에서 철수한 이 점퍼의 최종 판매율은 95%. LG패션 평균 의류 판매율 7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김문현 LG패션 MD지원팀 부장은 "신규 브랜드를 제외한 닥스 마에스트로 등 8개 기존 브랜드의 올 가을·겨울 QR 비중을 지난해 17%에서 26%로 늘릴 계획"이라며 "잘 팔리는 물건은 즉시 추가 생산하고 인기 없는 제품은 생산을 줄일 수 있어 최고 36억원에서 1백50억원의 재고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일모직도 올 가을·겨울 상품 중 QR 생산 비율을 25∼30%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