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력서를 보면 우리와 딴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사진을 붙이지 않는다. 여러 민족이 더불어 사는 다민족사회여서 행여 인종차별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해서다. 나이나 종교는 '차별' 때문에,출신학교와 태어난 곳은 학연이나 지연을 배제하기 위해 적지 못한다. 심지어 성별도 표시할 수 없는데,성차별의 오해를 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효율적인 '인적관리'를 하기 위한 명분으로 미국에서 금지한 내용들이 오히려 상세히 기술된다. 똑같은 사항인데도 해석하는 시각이 전혀 달라 한쪽에서는 위법이 되고 한쪽에서는 권장되고 있는 꼴이다. 다만 두 나라 사이의 공통점은 입사나 사회단체 등에 가입할 때 이력서가 가장 필수적이면서 중요하게 취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력서 작성에는 요령이 필요하다. 면접에서는 처음 만나는 5초가 당락을 결정짓는다고 하는데 이력서는 앞 10줄에 승부가 걸린다. 짧지만 분명하게 자신을 나타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자신의 능력을 적절하게 포장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음은 물론이다. 청년실업이 증가하면서 이력서에 대한 관심은 더해지고 있는데,이를 반영하듯 지식거래사이트의 콘텐츠 중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의 이용률이 리포트자료 다음이라고 한다. 한 구직자가 지난 5년간 무려 1만4천6백여회의 이력서를 냈다해서 개운찮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온라인 채용업체인 인크루트의 조사인데 이를 계산하면 하루에 8회의 이력서를 제출한 셈이다. 석·박사 학력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5백회 이상의 지원자가 3백명을 넘었다고 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묻지마 지원'을 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지원횟수가 많은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이력서상의 자기소개가 소홀했다고 한다. 이력서는 곧 자신의 상품성을 나타내는 도구여서 전체적인 구도나 글자체,종이 하나까지도 신경을 쓰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훌륭한 이력서는 구직을 용이하게 하고 '미취업 스트레스증후군'도 퇴치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