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전자화폐 송금서비스인 '네모'의 보안에 구멍이 뚫려 외환 등 6개 시중은행 고객 11명의 계좌에서 총 3천6백만원의 예금이 빠져 나가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29일 SKT와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4일간 '네모'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 11명의 계좌에서 총 3천6백만원이 예금주 본인도 모른채 타인의 계좌에 입금된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를 입은 고객은 조흥은행 3명, 우리은행 2명, 한미은행 2명, 외환은행 2명, 하나와 대구은행에서 각각 1명씩이다. SKT측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K씨와 L씨가 네모서비스를 이용해 타인의 계좌에 있는 예금 20만∼1천만원씩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사실을 확인,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네모는 휴대폰 고객이 SKT가 운영하는 인터넷사이트(www.monetacash.co.kr)에 회원으로 등록한 후 휴대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타인의 계좌에 자금(전자화폐)을 보낼 수 있는 금융서비스다. 이번 금융사고의 책임과 관련, SKT와 은행측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네모를 이용해 돈을 송금하기 위해선 계좌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며 "은행 또는 예금주가 계좌 비밀번호를 소홀히 관리한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은행측은 "네모서비스는 전적으로 SKT의 자체적인 금융서비스"라며 "은행은 SKT의 요청에 의한 전자화폐를 입출금해 주는 역할만 수행하는 만큼 이번 사고과 은행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평소 네모서비스는 공인인증서도 도입하지 않는 등 금융사고 대비에 미흡한 모습을 보여 왔다"고 말했다. 한편 SKT측은 사고보상과 관련, 피해고객에게 피해금 전액을 되돌려 주기로 했다. 또 향후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 '네모 송금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는 한편 조만간 네모서비스에 공인인증서를 도입키로 했다. SKT는 또 "이번 사고는 최근 은행과 이동통신사들이 실시하고 있는 모바일뱅킹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은행과 이통사가 공동 서비스하는 'M-뱅크' 'K-뱅크' '뱅크온' 등은 실명과 주민번호,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다 알더라도 본인이 아닌 이상 쉽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보안단계가 매우 높다는게 SKT측의 설명이다. 한편 4월 현재 네모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수는 30만명이며 하루 평균 송금건수는 약 3백건에 달한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