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R&D 정책' 전문가 좌담회] 연구주체 자율성 보장이 R&D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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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기술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R&D(연구개발)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과 활용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과학기술 선진국인 독일 및 국내 전문가들을 초청, 좌담회를 열었다.
29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효과적인 R&D 투자를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가 각 연구주체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기초과학 연구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현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이와 함께 R&D의 기본 토양이 되는 교육의 질적 향상이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결정짓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민구 서울대 공과대학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좌담회에는 박기영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등 국내 전문가들과 버나드 라미 독일연방 교육연구부(BMBF) EU 연구정책 심의관, 클라우스 게르손데 잘란트평생교육대학원(WWAS) 원장, 김재일 유럽연합(EU) 과학기술 자문위원이 참석했다.
[ 참석자 ]
한민구 <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 (사회) >
버나드 라미 < 독일연방교육ㆍ연구부(BMBF) EU 연구정책 심의관 >
클라우스 게르손데 < 잘란트평생교육대학원 원장 >
김재일 < EU 과학기술 자문위원 >
박기영 < 대통령 정보과학기술보좌관 >
주덕영 <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
안현실 <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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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민구 학장(사회) =한국의 R&D예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정부 예산의 5% 수준인 5조8천억원에 불과하다.
선진국과 중국 등 후발 개도국 사이에서 '넛크래커(호두까기)'에 끼인 호두 같은 처지에 있는 한국이 잠재 성장력 확보를 위해서는 제한된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간 R&D 예산이 한국의 3배에 달하는 독일의 사례를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 게르손데 원장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를 통해 자동차 조선 산업 등에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제품 생산에 주력했을 뿐 산업의 토양이 되는 기초 과학에 대한 R&D가 부족했다고 본다.
정부는 기초기술 연구와 개발의 틀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산업생산 등 시장에서의 '게임의 룰'은 민간 연구소와 대학 등 연구 주체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초 과학 연구가 민간 기업에 전수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과학기술은 양질의 교육에 의해 뒷받침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공공부문의 R&D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민간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박기영 보좌관 =한국은 과학기술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역사가 짧지만 많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 예산의 효율적인 배분에 노력하고 있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승격시키고 국가 발전목표에 따른 과학체제 수립에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과학기술의 전반적인 수준에서는 아직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 김재일 위원 =독일은 지난해 현재 R&D에 투입된 자금이 GNP(국민총생산)의 2.5%였는데, 이를 3%로 높인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국민 1인당 R&D 지출금액이 7백달러인데 비해, 기초기술이 독일에 훨씬 뒤떨어져 있는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구비가 3백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은 그간 산업화에 너무 치중하는 바람에 한국 고유의 연구전통을 세우기 위한 기초기술 투자가 미흡했다.
지금부터라도 고유의 연구전통을 세워나가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 한 학장 =독일의 R&D 예산 배분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R&D 예산의 선택과 집중이 시급한 상황에서 예산집행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한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이다.
△ 라미 심의관 =일개 정부 부처나 정치인 출신의 장관에 의해 예산 배분이 이뤄지는 방식을 철저히 배격하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의 교육연구부가 대부분의 연구 예산을 배분한다.
이와 동시에 경제 국방 등 각 정부 부처가 자체적인 연구예산을 갖고 있어 각 하위 연구기관에 투자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이와 같은 시스템이 변하지는 않는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정책이념 하에 R&D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다.
△ 안현실 위원 =독일 통일 과정에서 옛 동독의 기술을 어떻게 흡수했는가.
분단상황에 처해있는 한국이 미리 준비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게르손데 원장 =옛 동독의 과학기술은 훌륭했다.
이러한 기술을 흡수하기 위해 통일 후 프라운호퍼 IBMT 연구소 등 공공 민간 연구기관들이 동독지역에 진출해 자발적인 권한을 갖고 흩어져 있는 연구소를 흡수 통합했다.
옛 동독의 연구소는 연구원은 많았지만 예산집행과 실제 연구의 비효율성이 가장 큰 문제였다.
공산주의식의 획일적인 연구문화를 바로잡는 것도 문제였다.
△ 한 학장 =대학의 연구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라미 심의관 =과거 독일에서는 대학교수 자신들이 발명에 대한 특허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수들이 속해 있는 대학이 특허를 소유해 이를 사업화하는 방법이 매우 손쉬워졌다.
능력이 뛰어난 젊은 교수와 외국인 과학자들을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자유로운 개방 경쟁 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 주덕영 원장 =대학과 연구기관의 경쟁력이 낮은 한국에서 산학 협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공공과 민간 부문의 연구실적이 산업현장으로 직접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 게르손데 원장 =대학과 연구기관 그리고 기업은 생물과 같은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연구소장이 연구 현장을 떠나 있는 것이 문제다.
학생들과 씨름하면서 학생들에게 실감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산학 협동에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정신이다.
연구 주체들 간 경직성을 우선 풀어야 한다.
△ 박 보좌관 =낙후된 교육시스템도 한국이 풀어야 할 큰 문제다.
기술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미래 과학자들을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 위원 =교수와 과학자를 냉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변해야 한다.
한국의 연구기관을 가보면 연구원들을 유치원생 대하듯 한다.
과학자들이 혼자 생각하고 창의적인 생산결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소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 한 학장 =정부가 투자한 R&D 예산의 평가는 어떤식으로 이뤄지는가.
△ 라미 심의관 =독일 R&D 예산 집행의 가장 큰 장점은 유연성에 있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예산 집행과 배분이 탄력적으로 이뤄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산을 급격하게 줄이거나 늘리는 식의 정책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 게르손데 원장 =R&D의 성과 측정 방법은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진다.
각 연구기관이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민간기업의 자금조달 비중이 높을수록 정부지원이 늘어나게 된다.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이 많다는 것은 그 연구가 그만큼 산업현장으로 흡수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정리=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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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라미 심의관
프랑크푸르트 대학 화학박사
EU환경연구위원회 독일대표
BMBF 우주항공부 디렉터
게르손데 원장
크리스천 알브레히트 대학 박사
살랜드 대학 생화학 엔지니어링 교수
프라운호퍼 IBMT(생의학기술연구소) 소장
김재일 자문위원
서울대 화학교육과 졸업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원
독일 칼스루헤 연구원장
박기영 보좌관
순천대 자연과학대 기초과학부 생명과학전공 교수
경실련 과학기술위원장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회 미래전략분과위원장
주덕영 원장
상공자원부 산업기술국장
주미 대사관 상무참사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원장
한민구 학장
뉴욕주립대 조교수
(현) 대학산업기술지원단 전기ㆍ전자분야 간사
(현)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위원
안현실 논설위원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박사
통상산업부 장관 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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