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로 세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정책방향을 긴축으로 가져 가겠다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이 겹악재로 둘러싸인 세계 증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세계 증시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 이라크 전선 확대 D램 가격 5달러선 붕괴 위협 걸프전 이후 최고가로 치솟은 국제 유가 등 다양한 악재로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발언은 기름을 부은 격이다. ◆ 흔들리는 세계 증시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은 전날 뉴욕 증시에서 이미 예견됐다. 보합세로 시작한 다우지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낙폭을 키워 1.29% 급락한 10,342로 장을 끝냈다. 나스닥지수는 2.12% 하락해 결국 2,000선 밑으로 추락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다음날 아시아 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대만 가권지수와 홍콩 항셍지수는 각각 2.62% 및 1.51% 추락했다. 중국 투자가 많은 기업의 주가 낙폭이 두드러졌다. 일본 증시는 휴장으로 운좋게 소나기를 피했으나 여타 아시아 증시도 약세 기조를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 시장의 경우 중국 특수를 가장 많이 누렸다는 점에서 유입됐던 핫머니는 물론 외국인 장기 투자자금도 빠져 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차이나 쇼크 후폭풍이 당분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한 편이다. ◆ 한국 시장은 올 최대 낙폭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모두 올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중국 경제성장의 최대 수혜국이라는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결과였다. 외국인은 거래소에서만 사상 최대 규모인 7천7백억원어치 이상의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 거의 끝나가는 데다 노키아의 휴대폰 가격 인하라는 돌발악재까지 겹쳐 4.3% 떨어졌다. 중국 관련주로 각광받아온 철강 화학 해운 기계 관련주들의 낙폭도 컸다. 철강지수는 종합주가지수 하락률의 두배가 넘는 5.6%에 달했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개장 초 900선이 무너진 이후 종일 870선을 지키는데 급급했다. 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걸어놨던 외국인 중 일부가 현금을 챙기기 위해 선물을 사면서 발생한 4천5백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가 그나마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대형주를 중심으로 팔자 물량을 내놓아 4.6% 폭락했다. 개인들은 저가 매수에 나서 외국인 매물을 소화해냈으나 주가를 지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개인은 이날 거래소 1천9백55억원, 코스닥 3백20억원 등 2천2백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정호 미래에셋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긴축정책 전환은 중국 모멘텀이 사그라진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로 인해 아시아 증시에 유입됐던 핫머니가 빠져 나간다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 전체가 당분간 약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이나 충격이 오래가지 않을 것"(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이라는 시각도 있으나 당분간 외국인의 공격적 매수세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