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가을,IBM 최고 간부 18명이 매사추세츠에 있는 랠프 왈도 에머슨의 별장에 모였다. 80년대 일본 기업의 가미가제식 침공을 잘 막아낸 뒤 6백90억달러 매출에 60억달러의 이익을 내며 주식 시가총액(5백억달러)에서도 1위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심각했다. IBM이 뒤를 봐주던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자적인 상표로 성장하는 것과 반대로 IBM의 재정 전망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의 성공 사이클이 마침내 수명을 다한 것이다. 넉달 뒤 IBM은 첫 감원작업에 50억달러가 들어간다는 발표를 했고 79년 기업역사상 처음으로 그해 경영손실을 감수했다. 모두들 생존을 위한 변신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결국 회사는 전략·리더십 컨설팅사 메사(MESA)리서치에 자문을 구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서비스와 솔루션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변신하면서 빅블루(제품이 청색이라서 붙여진 IBM의 별명)의 영광을 되찾았다. '돌파경영 돌파전략'(빌 데이비슨 지음,이경식 옮김,휴먼앤북스)은 바로 그 메사(MESA)리서치의 회장인 저자가 10년간 70여개 기업의 체질을 진단하면서 찾아낸 경영처방전이다. 경영학 교수 출신인 그는 이 책에서 끊임없는 혁신전략으로 성공 사이클을 재창조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돌파(Breakthrough)'는 기업의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출구를 찾는 과정. 새로운 사업모델과 수익창출을 위한 기업의 혁신을 뜻한다. 성공사례는 IBM 외에도 많다. 찰스 슈왑은 할인 증권 위탁업에서 인터넷 기반 주식거래와 금융 서비스 부문을 개척,틈새시장에서 핵심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도요타 자동차는 재고를 최소로 줄이는 '즉시 공급 생산방식'과 끊임없는 개선,생산 가능한 설계 등의 핵심 원칙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잭 웰치의 통합성 전략으로 성공한 제너럴일렉트릭(GE)과 칼리 피오리나의 핵심전략으로 거듭난 휴렛팩커드(HP)의 처방전도 돌파경영이었다. 이 책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라섰는지를 분석한 뒤 8개의 '돌파전략 원칙'을 제시한다. △과감한 목표를 설정하라 △미래에 초점을 맞춰라 △고객을 먼저 배려하고 비용절감을 따져라 △공정 자체를 혁신하라 △앞선 기술을 사용하라 △전체기업을 확장할 소수 핵심사안에 집중하라 △창조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활용하라 △새로운 성장기회를 잡고 효과를 극대화하라. 덩치가 큰 기존의 지배그룹뿐만 아니라 틈새시장 점유자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모든 '기업 생명체'에 비타민같은 자양분을 주는 책이다. 3백36쪽,1만3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