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미국의 항공 여행업계에 도산이 줄을 잇고 있을 때 로즌블러스사도 직원들을 일시 해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회사의 직원들은 해고통지 앞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여주었다. 자신은 무보수로 일하겠다며 부하들을 해고시키지 말아달라는 지사 간부들,형편이 어려운 동료 대신 자신을 잘라달라는 사람,해고당하는 동료들을 위해 기금을 모았다는 직원들이 사장단의 심금을 울렸다. 고객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다음달 비용을 선불하고 계약을 변경하는 등 로즌블러스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직원들의 채무 해결에 보탬을 주고자 거액을 투척한 익명의 독지가도 있었다. 이 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고된 사람들의 70%가 1년 안에 복직했고 회사는 흑자를 냈다. 그리고 지금은 '근무여건 최고 1백대 기업'(포천)의 하나이면서 '세계3위 여행사'가 됐다. '직원 최우선의 원칙'(핼 로즌블러스 외 지음,이창식 옮김,예지)은 이 곳의 최고경영자가 마련한 직원 행복론 강의다. 저자들은 '사람이 회사의 기둥'이란 다소 평범한 결론을 내리지만 실천 프로그램은 매우 독특하다. '최고위 임원들로부터 정성스런 차 서비스를 받으며 하룻동안 업무를 함께 하는 신입사원들은 행복해지지 않을 수 없다. 수평적이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구조에서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고 실패를 인정받으며 승진,강등의 기준이 확실한 곳에서 직원 가정의 행복은 덤으로 얻게 된다.' 고용불안과 스트레스,좌절감이 없는 곳,고객이 다이얼을 돌리면 수화기를 든 직원의 미소가 느껴지는 이런 곳에서 잦은 이직이나 횡령,산업스파이는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한몸입니다"라는 CEO의 에필로그,직원에 대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최고대우'는 이 회사의 지난 25년 성장보다 더 눈부신 것이며 그것은 곧바로 기업경영의 대안적 모델과 연결된다. 3백4쪽,1만3천5백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