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개성만 살려내면 불량배도 훌륭한 직원..'주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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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초정밀 가공회사인 주켄(樹硏)공업에는 없는 것이 많다.
계약서,규칙,출근카드,보고서,승진시험,남녀·국적·학력 차별,정년,생산라인 등.
그런데도 이 회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사원 복지도 최고 수준이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주켄 사람들'(왕현철 옮김,거름,)이 그 비결을 알려준다.
저자는 이 회사의 설립자로서 40년 가까이 중소기업을 이끌어온 마쓰우라 모토오(松浦元男·69) 대표이사다.
그는 "같은 필터로 걸러진 사람은 개성이 없다"고 말한다.
1차,2차 시험에 면접까지 봐서 경영자의 마음에 드는 사람을 뽑는 신입사원 선발 방식에 대한 비판이다.
그래서 주켄은 선착순으로 사원을 충원한다.
머리를 빡빡 깎은 사람,눈썹을 이상하게 자른 사람,심지어 불량배나 폭주족도 마다 하지 않는다.
관건은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것.
이를 위해 저자는 "젊은이에게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질이 높다"며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표시한다.
그 결과 학교땐 수학과 담을 쌓았던 여직원이 미·적분을 척척 해내고 고졸 출신이 공학·이학 박사들 앞에서 영어나 독일어로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주켄이 지난 99년 무게 10만분의 1g,직경 0.245㎜의 세계 최소·최경량 플라스틱 톱니바퀴를 개발한 것,뒤이어 무게 1백만분의 1g,직경 0.14㎜의 세계 최소 톱니바퀴를 생산하는 첨단 기술을 갖춘 것도 그 덕분이다.
이 회사 도요하시 공장 직원 7명의 연간 매출은 7억엔을 넘는다.
저자는 이런 주켄의 경영 체험기와 일본의 경제상황 및 정책에 대한 제언,관료주의에 젖은 대기업의 경영풍토에 대한 비판과 제언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2백72쪽,1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