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은 90년대 초에 이미 끝났다.10년째 국민소득 1만달러에 묶여 있는 우리 현실에서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3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양대 정당이 당의 정체성과 관련해 진보-보수 논쟁을 하고 있는데 국민들에게 이데올로기 논쟁이 와닿을지 의심스럽다"며 "지금이 이념 논쟁을 벌일 때냐"고 반문했다. 그는 감사원장이 아니라 37년간 공직생활을 한 개인의 입장에서 말한다며 정치권의 이념논쟁에 대한 안타까움과 젊은 세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나타내는 데 강연시간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목소리가 커진 젊은 계층에 대해서는 "20,30대는 아버지 세대가 고생해 만든 과실을 따먹으면서 돌아오는 몫이 적다고 불평만 한다"며 "선배로서 비애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전 원장은 "빈곤에 허덕이던 베트남이 지난 1992년 자유시장 경제로 돌아선 후 생산량이 2.5배나 늘어나고 동구 국가들이 유럽연합(EU)에 편입하는 것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경제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이데올로기 논쟁은 90년대에 이미 끝났다"고 단언하고 "분배를 중시했을 때 과연 누가 자본주의적 동기에 의해 이윤추구 활동을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밀어닥치는 변화의 파고에 현명하게 대처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와 대외신인도 회복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전 원장은 "과거 이념이 중시될 때는 상부구조가 하부구조를 지배했는데 지금은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떠받치므로 지자체장도 이제는 경제마인드와 접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마지막으로 "젊은 세대들에게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며 "60~70년대에 한국경제를 이끌어 온 것은 부존자원이 없는 가운데 국가전략계획을 만들고 기업들에 재정·세제·금융지원을 하며 이끌어 온 관료와 국교가 열리지 않은 나라까지 뛰어다닌 기업인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원장은 "감사원 입장에서 보면 12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지적하고 행정당국의 '소극적 거부'에 대한 감사를 지속적으로 펴나가고 대한상의 등과 공동으로 운영 중인 '기업불편신고센터'를 활성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