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30일 이틀간의 17대 총선 당선자 연찬회를 끝내고 '국민께 드리는 글'을 발표,"합리적.개혁적인 선진화의 길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민의 이익을 위한 정책으로 경쟁하겠다"며 '정쟁중단'을 약속했다. 경제협력과 인도적 배려를 통해 따뜻한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중도 개혁적 보수'대세=당의 정체성 논란과 관련,대국민 발표문에 '개혁적 보수' '중도 보수'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막판에 발표문에서 빠졌다. 이념적 개념규정이 갖는 부담이 작용한 때문이다. 소장파와 보수·중진들 누구도 불만을 갖지 않는 선에서 어정쩡하게 봉합한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개혁적 실용주의'를,한나라당이 '합리·개혁적 선진정당'을 주장함에 따라 양당간의 이념적 성향을 떠난 '개혁 선점전(先占戰)'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연찬회에선 소장파들이 주장한 '개혁적 중도보수'가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영남 출신의 보수 중진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대표적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은 "중도개혁,중도보수쪽으로 당의 정체성이 확립됐다고 본다"며 "더 이상 이념논쟁은 필요없다"고 못 박았다. 박진 의원은 "맹목적인 반공보수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와 인권이라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는 중도 보수정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오을 의원도 "이제 좋든 싫든 당의 이념적 좌표를 '중간지대'로 옮길 필요가 있다"며 "국가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 실용주의 노선으로 가면서 열린우리당과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유연한 대북정책 추진을 내세움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돼온 국가보안법 개정이 17대 개원 이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진로 놓고 격론=당이 과거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당명을 개정,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당명과 관련,원희룡 의원은 '선진개혁당',박찬숙 당선자는 '선진한국당'을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원내정당화나 지도체제 문제 등에 대해선 상당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남경필 정병국 박진 의원,정두언 당선자 등은 "원내정당화로 가려면 당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체제'로 가야 하는데,집단지도체제는 이같은 시대의 조류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은 "다선 중진과 큰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당 대표를 둘러싼 자리를 차지하기보다 대중 속으로 들어가 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데 헌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홍준표·이재오 의원은 "지금은 수직적 리더십이 아닌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라며 집단지도체제를 옹호했다. 홍 의원은 "이회창 전 총재의 단일 지도체제 때 이 전 총재가 집중적으로 공격받아 큰 상처를 입었는데,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1인지도체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홍영식·최명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