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돈 버는 법] 김상천 <콤마치킨 사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콤마치킨과 스시락(초밥) 등 2개 브랜드로 중견 프랜차이즈 기업을 일군 김상천 사장(44).
치킨사업 10년째인 그는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생양념 치킨과 라이스치킨을 독자 개발,치킨업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랜차이즈 4년 만에 가맹점이 3백개로 늘었으며 닭공장은 하루 1만마리 생산 규모로 커졌다.
스시락도 지난 4월 초 서울 목동에 직영 1호점을 열었다.
그는 월급쟁이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26세 때인 지난 86년부터 18년 동안 오로지 사업 한길을 걸었다.
김 사장의 지난 18년간은 온통 땀과 한(恨)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맨 처음 손댄 사업은 모래채취업.
86∼88년 이 사업으로 돈을 꽤 모았다.
하지만 88년 전자부품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련은 시작됐다.
대구에 공장을 세워 대기업에 납품하는 등 사업이 안정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 5년 만인 93년 거래처 부도로 하루 아침에 무일푼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가족을 고향에 두고 재기의 꿈을 품고 상경했다.
이런저런 일을 찾다가 소시지 기계를 만드는 친구의 요청으로 친구 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다시 기회를 잡게 된다.
당시 지분 30%를 받고 소시지 판매회사 '콤마'를 차렸다.
하지만 동업도 여의치 않았다.
"친구 집에 더부살이 하려니 불편한 게 많았어요.그래서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40만원짜리 방을 빌려 독립했지요."
그는 당장 수입이 없어 월세를 낼 형편이 못됐다.
어느덧 보증금도 다 까먹었다.
주머니에 남은 돈은 1백만원.
그는 하는 수 없이 경기 하남시 변두리의 비닐하우스촌으로 거처를 옮겼다.
여기서 닭고기를 튀겨 맛내는 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내의 결혼반지를 팔아 중고 냉장고와 튀김기계를 샀다.
볼품은 없었지만 닭고기 공장을 차린 것이다.
여기서 튀기고 양념 바른 닭고기들을 골목시장 등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호프집 주인이 닭 11마리를 주문해 양념 닭을 만들어가니 온갖 트집을 잡으며 거절하더군요.얕본 것이지요.그 자리에서 닭을 내동댕이치고 결심했지요.하루에 닭 1만마리를 가공해내는 공장을 반드시 차리겠다고 말이죠."
94년 비닐하우스 한켠에서 생양념 만드는 법을 개발하면서부터 '서광'이 비쳤다.
생양념은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믹서기로 갈아 만든 양념으로 닭고기 맛을 내는 데 일품이다.
전국 골목시장을 떠돌며 영업한 결과 하루 7천마리 주문이 몰렸다.
통닭집에선 가게당 50∼1백마리의 주문이 들어왔다.
비닐하우스촌 공장은 이때부터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일손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동남아 외국인들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 부인까지 동원됐다.
김 사장은 새벽 3시에 일어나 밤 12시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새벽에 도계장에 가서 닭고기를 받아오는 일,비닐하우스에서 가공하고 오후엔 배달을 나가는 일,영업,연구 개발.
그야말로 1인5역이었다.
그 무렵의 생활 습관이 배어 그는 지금도 새벽 4시면 잠을 깬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나자 경기 남양주에 공장을 설립할 수 있었다.
그는 공장에서 닭 튀김기,기름정제기,텀블링기(고기 속에 양념을 투입해 골고루 스며들도록 굴리는 기계) 등을 잇달아 개발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발한 지 얼마 안돼 모양이 똑같은 기계가 시중에 나도는 게 아닌가.
내막을 알아보니 영업 직원들이 하도급공장과 짜고 기계를 외부로 유출시킨 것이었다.
배신감을 느꼈지만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 다음부터는 공장 안에 아예 공작기계를 들여와 닭가공 기계와 양념을 개발했지요."
그는 2000년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섰다.
현재까지 만 4년간 모집한 가맹점은 3백개.
조류독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가맹점을 하겠다는 사람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초 개발한 라이스치킨은 조류독감 파동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기존의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 튀기는 라이스치킨은 특허등록돼있어 아무나 흉내낼 수 없다.
콤마치킨은 2002년 김포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도약단계를 맞았다.
닭 가공 용량도 하루 1만마리로 늘었다.
호프집 주인에게 핀잔을 들으면서 맹세했던 '1만마리 가공공장'의 꿈이 실현된 것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