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가 외국어와 관계없는 전공까지 뭉쳐진 두루뭉술한 종합대학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는 한국외국어대 안병만 총장(63)은 자기반성에서부터 외대의 비전을 끌어냈다. 그는 "특성화로 출발한 외대가 특성화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며 "외국어는 물론 비어학 분야를 국제경제 국제정치 국제무역 등 외국학 분야로 특성화하고 이 둘을 결합해 외대인을 외국어와 전공지식을 함께 갖춘 멀티플레이어로 키워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외국어 전공 학생은 비외국어 전공을, 비외국어전공 학생들은 외국어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 그는 "외대 졸업생들이 외국어를 못한다거나 외국어만 잘한다는 비판을 가끔 듣는다"며 "정말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인력을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 멀티플레이어 육성계획은 이미 시작됐다. 올해 영어과를 영어대학으로 확대했고 동북아어학부를 만들어 어떤 외국어라도 배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또 경영, 신문방송 등 인기있는 비어학전공을 학부로 키우는 등 인프라도 갖췄으며 교과과정도 개편,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1년간 공부한 뒤 자기 전공을 정하는 '캠퍼스 전공(자유전공)' 신입생 모집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하나의 야심작은 기숙사다. 올해 서울캠퍼스에 12층 규모 2개동, 용인캠퍼스에 11층 규모 2개동 등 기숙사 4개동을 세운다. 2006학년도부터는 신입생 3천6백여명 전원이 1년간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외국인 사감 등으로부터 외국어를 몸으로 습득하게 된다. 지난달 20일 도쿄외국어대(TUFS), 베이징외국어대(BFSU)와 공동으로 '국경없는 교육교류협정'을 맺었으며 내년부터 학생들을 1∼2년씩 파견하는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한 것도 멀티플레이어 육성 계획의 일환이다. 재단은 6년 만에 정상화됐지만 당장 재정 지원을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안 총장은 "재단 정상화로 학교 발전에 가속도가 붙게 됐지만 발전에 필요한 돈은 산학협동, 관학협동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속 외국어고를 예로 들었다. 용인캠퍼스에 들어서는 외대외고는 용인시에서 시설투자비 1백50억원을 지원했다. 또 신축 기숙사도 공사비의 90%를 현대산업개발 등 기업들이 투자, 25년간 운영한 뒤 기부채납한다. 안 총장은 "지난 50년간 한국은 수출을 기반으로 살아왔고 외대 동문은 국내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며 "앞으로도 외대의 멀티 플레이어가 국익을 증대하는 첨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