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에서 20년 이상 된 최고경영자(CEO)들의 '장기집권 피로증후군'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시사일간지 USA 투데이는 최근 애플의 스티브 잡스,오라클의 래리 엘리슨,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CEO를 예로 들며 이들처럼 오랫동안 CEO를 맡다 보면 지루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CEO 3명의 특징은 모두 자기 회사를 창업했으며 창업한 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CEO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는 엘리슨 회장(59)을 제외하고는 모두 50세가 넘지 않는다. 이처럼 젊기 때문에 쉽게 CEO 자리를 내놓지 않지만 너무 오랫동안 같은 자리를 맡다 보니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새로운 경영방식에 둔감해질 우려가 있다고 예일대학의 제프리 소넨필드 경영학 교수는 지적했다. 소넨필드 교수는 장기집권 CEO는 아무리 좋은 실적을 올리더라도 중간 경영진들의 CEO 승진 희망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그들을 회사에서 떠나게 만들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젊은 기업은 위험을 선택하는 기업가적인 리더를 필요로 하지만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도 창업 당시의 CEO가 같은 자리를 지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USA 투데이는 오라클의 최근 수익이 피크에 달했던 2000년의 3분의 1 수준인 23억달러로 줄고, 선 마이크로시스템스가 컴퓨터 업계의 조류와 달리 비싸고 특수한 기업 컴퓨터 시스템에 주력하는 것도 CEO가 정상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소넨필드 교수는 창업자들이 사장에게 CEO를 넘기는 것은 여전히 경영에 깊이 관여할 수 있으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꽃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