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내수침체 이대로 좋은가 ‥ 박주병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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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수출은 잘 되는데 내수는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은 연일 할인행사를 갖고 있지만 손님이 모이지 않아 걱정들이다.
지난주 끝난 봄 정기세일 기간 중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었다.
가전제품과 자동차도 특별소비세가 인하됐으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재래시장에서는 양복 한 벌을 2천원에 파는 땡처리 매장까지 등장했다.
내수 시장은 경제를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우리 스스로 지키고 가꿔야 한다.
미국 중국 유럽 시장에서 세계 일류 제품과 경쟁하고 있는 휴대폰이나 자동차는 국내 시장에서 기술과 품질을 충분히 높였다.
내수 기반이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출업체가 등장하기 힘든 것은 물론 기존 수출업체도 가격 품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카드정책,신용정책 실패 때문이다.
지난 2001,2002년 가계대출이 크게 늘고 신용카드가 남발돼 소비자들이 장래소득으로 소비를 많이 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최근 2000년 기준으로 경제지표를 작성한 결과 가계대출이 많았던 2002년 경제성장률은 무려 7%였다.
적정성장률을 2%나 초과하는 과열이었다.
내수확대를 통한 성장정책이 결국은 내수를 침몰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정부는 현재 수출이 잘 되고 있어 하반기들어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시작된 내수침체가 2007년까지는 갈 것으로 보고 있고,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수출도 위축돼 경기가 다시 침체(더블 딥 현상)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실해진 가계를 되돌려 내수를 살리는 정책은 불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 전반에 퍼져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불확실성은 투자는 물론 소비도 위축시킨다.
장래 자신의 수입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된다.
외환위기 직후 98년 37.5%에서 2002년 31.3%까지 감소추세를 보이던 저축률이 지난해 32.6%로 다시 늘었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용불안,국민연금의 부실,정부 정책 등이 불확실 요인들이다.
최근들어서는 정치권 불확실성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집권 여당이 강조하는 분배 정책은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이는 소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여당이 실용주의 노선을 강조하고 있으나 시장참가자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분배와 성장은 같은 반열에 놓고 동시에 시행될 성질이 아니다.
어느 것이든 하나를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우선 순위의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노선도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내수시장을 더욱 침체시킬 가능성이 있다.
부자들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거둬들여 무상교육 등 사회복지에 사용하겠다는 정책은 이미 선진 각국에서 효용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유세를 들고 나오는 것은 우리 사회를 고소득 저소득층으로 양분해 부유층은 무조건 양보해야 한다는 계급투쟁적 접근을 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시장원리에 근거하지 않은 정책은 부작용만 낳는다.
사회 위화감 조성 등 경제외적 논리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 해외로 자금과 여행객이 빠져나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무엇보다 부자들이 마음놓고 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들마저 소비를 하지 않으면 내수는 살아날 수 없다.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