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염증은 단백질을 매개로 해서 생겨납니다. 염증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낸 이상 염증을 정복할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원광대 의과대학 전창덕 교수(39)는 최근 염증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내 염증연구에 한 획을 그었다. 염증 단백질은 80년대에 처음 존재가 밝혀졌으나 지금까지 분자 구조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나 전 교수가 이번에 분자구조를 밝혀냄에 따라 류머티즘 아토피 건선 등 난치성 염증 질환의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졌다. 전 교수는 "외국 학자들이 20여년간 몰두해온 연구과제를 풀었다"며 "말라리아 등 염증 단백질이 관여하는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경북대 생물학과 재학시절 면역학을 공부하면서 염증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인체를 지키기 위한 면역반응인 염증이 오히려 인체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큰 흥미를 느꼈다. 96년 경북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전 교수는 원광대 의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염증 연구에 나섰다. 그러나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전 교수는 미국 교환교수를 신청,98년 미국 하버드 의대에 갔다. 국내파 박사인 전 교수가 외국 생활에 적응하기란 그리 쉽지않았다. 전 교수는 "처음 6개월동안은 언어장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매일 잠을 설치다시피 했다"며 "연구서적 대신 하루종일 영어 책을 붙들고 공부를 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전 교수는 염증 단백질 분야의 대가인 티모시 스프링거 교수와 자웨이 왕 교수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연구를 진전시켜 나갔다. 그는 염증단백질의 결정에 X선을 쪼여 회절된 모양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2년여만에 염증 단백질의 분자구조를 밝혀내는데 성공했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온 전 교수는 연구결과를 보완하면서 4년을 꼬박 논문 작성에 매달렸다. 그리고 올해 4월 세계적인 학술지인 '몰리큘러 셀'에 논문을 발표,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 교수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돌아오는 고된 연구생활을 지금껏 해오고 있다. 그는 "가족보다도 염증 단백질과 함께 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새로운 염증 조절 물질을 개발할 때까지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