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증권회사 펀드매니저뿐만 아니라 대통령 측근과도 연결돼 있다는데 어떻게 안 믿을 수 있나요."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예모씨는 지난 2000년 11월께 자신을 선물옵션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접근한 소모씨(45·여)에게 4억여원을 맡겼다가 큰 손해를 봤다. 한 달 동안 투자금이 수십배씩 늘었다는 서류까지 보여줘 그대로 믿어버렸다고 예씨는 하소연했다. 선물옵션투자 전문가로 행세하며 4년여 동안 21명으로부터 1천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모은 후 수백억원의 손해를 입힌 투자사기범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소병철 부장검사)는 3일 선물옵션투자 전문가를 가장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를 유인해 3백억원대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소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소씨는 'S증권사 투자연구소에 근무 중인 펀드매니저로 33명의 다른 펀드매니저와 함께 투자정보를 공유하고 정부기관과 연계돼 거래하고 있으니 투자하면 2∼3개월 후 원금의 50∼1백%를 수익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속여 99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예씨 등 21명으로부터 1천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모아 이 중 3백60억4천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천주교 신자에 명문대 법학과 출신으로 알려진 소씨는 대학동문과 성당 신자 등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씨는 미리 보관 중이던 유명 증권사 영업부 명의의 선물옵션 잔고현황용지 상에 투자원금이 수십배 증식돼 있는 것처럼 꾸미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줘 투자한 돈이 안전하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 하지만 소씨는 99년부터 최근까지 선물옵션 거래로 약 1백35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실제 선물옵션투자를 통해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투자금 중 일부를 투자수익으로 가장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소씨는 99년부터 벤처기업을 설립,운영해왔으나 적자에 시달려왔다. 소씨를 고소한 21명의 총 투자금액은 9백58억3천여만원이며 이들이 투자과정에서 수익금 등 명목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5백97억8천여만원으로 실제 잠정 피해액은 3백60억여원이다. 하지만 전체 투자자 규모가 적게는 70명,많게는 2백명으로 추정되고 있어 실제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