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3일 회담은 총론에서 '상생의 정치'를 확인했지만, 각론에선 이견을 보여준 자리이기도 했다. 회담이 끝나고 양당 대표가 '협약' 형태로 내놓은 '3대기본원칙과 5대 핵심과제'는 외형적으론 대통령 탄핵과 총선 등을 거치면서 형성된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구도를 '대화의 정치'로 바꿔보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천부문과 남북 문제 등에 대해 양당 대표는 상당한 이견을 드러내 협약의 실천 과정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했다. 여야 대표는 이번 협약에서 경제ㆍ민생부문과 정치개혁에 가장 큰 비중을 두었다. 17대 총선과정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요구가 경제 살리기와 부패정치 근절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양당 대표는 실천 방안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특별위'를 만들고 '재래시장육성 특별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정치개혁중 눈에 띄는 대목은 그동안 의원들이 직접 참여해 '밥그릇 싸움' 논란이 일었던 선거구획정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위원 전원을 외부인사로 충원키로 한 것과 한국정치의 고질병이었던 '날치기'와 '실력저지'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살리기와 관련해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위한 여건개선 차원에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선언적 수준의 합의에 그쳤다. '일자리 특별위'와 '재래시장육성법'도 양당의 총선공약을 재확인한데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은 대통령과 여야, 정부, 노사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경제지도자회의' 개최를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은 "원내에서 해결하는게 좋겠다"는 입장을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양당은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대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탕으로'라는 문구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 의장은 굳이 그런 문구로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박하면서 논란을 거듭했다. 향후 협의의 실천 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양당이 지도부 개편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새 지도부가 구성될 경우 협약의 실천을 담보하지 못할 수 있다. '6ㆍ5 재보선'을 놓고도 양당은 벌써부터 치열한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