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相根 < 한국세무사회 감사.경영학 박사 >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세금과 죽음이 그것이다. 세금은 그만큼 인간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고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세금은 납세자가 받는 것없이 일방적으로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개의 사람이 세금 내기를 싫어하는 가운데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은 세금을 성실하게 내는 사람을 알아주지 않는 정서를 갖고 있다. 세금 잘 내는 사람이 도리어 바보로 취급당하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세금을 받아가는 정부마저 이제까지 성실납세자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으니 이러한 후진국적인 납세환경에서 누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싶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성실납세자를 챙기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국세청이 성실납세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국세청은 수시로 성실납세자를 선정해 3년간 세무조사를 면제하는 한편,납세자의 소득세납부액에 일정한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납세담보면제 등 세무행정 측면에서 우대하는 '세금 포인트제' 시행에 들어갔다. 성실납세자 우대방안이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세무행정에서만 우대하는데 그쳐서는 실효성이 없다. 앞으로 성실납세자가 실질적으로 혜택받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훌륭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젊고 능력이 있을 때 세금을 성실하게 낸 결과 적립된 '세금포인트'에 따라 소득이 없는 노년에 정부가 일정액의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성실납세자에 대한 '우대'는 탈세자를 제대로 '응징'하지 않으면 그 빛이 바랜다. 정부가 탈세자에 대해 '채찍'을 제대로 작동해야 성실납세자를 실질적으로 우대하는 것이 된다. 2001년 검찰연감에 의하면 조세범칙사건의 70.7%가 불기소 처리됐고 기소된 사건 중에서 실형을 선고한 비율이 26.4%로 미국의 실형선고비율 64.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정당국과 사법당국은 성실납세자가 우대받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탈세=범죄·부도덕'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위해 탈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이 성실 납세의 중요성을 알고 탈세에 대해 죄의식을 갖는 데는 어릴 때부터의 교육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어느 결혼정보회사가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춘 남녀를 대상으로 '가장 아까운 지출이 무엇인가'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남자는 '세금'을 가장 아까운 지출로 꼽았고 여자는 '술값' 다음으로 '세금'이 아까운 지출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금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세금이 가장 아까운 지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는 납세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초·중·고교 사회 교과목 내용에는 세금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는 상태다. 정부가 미래의 납세자인 청소년들에 대한 세금교육을 너무나 소홀히 한 게 사실이다. 이제 정부는 새로운 시각으로 청소년에 대한 세금교육에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청소년에 대한 세금교육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마련에 나서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성실납세자가 제대로 대우받고 탈세자가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는 사회가 공평하고 성숙된 사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15 총선부터 시행한 공직후보자의 '납세정보자료' 공개는 성실납세자를 우대하고 탈세자를 응징할 수 있는 바람직한 제도다. '성실납세자가 우대받고 탈세자가 손해보는 납세환경'의 조성,앞으로 성실납세자가 실질적으로 우대받는 사회로 가기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sktax114@hanmail.net